美 부동산시장, 이번엔 '아파트 위기론'…1조달러 만기 째깍째깍

박종화 기자I 2023.08.08 15:21:37

2027년까지 1300조원 규모 모기지 만기
금리 뛰는데 아파트값은 1년 새 14% '뚝'
LA·휴스턴 등선 이미 수천채 디폴트 발생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우려가 사무실(오피스)과 판매시설(리테일)을 넘어서 임대아파트 시장까지 번졌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이라고 여겨졌던 아파트 시장마저 무너지면 그 충격은 오피스나 리테일 시장에 비할 수 없을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의 아파트들.(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파트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소유주들의 부채 비용이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실 등으로 인한 오피스·리테일 관련 대출 부실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아파트 시장에까지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부동산 정보회사 코스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미국의 아파트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4% 하락했다. 올해와 내년 대규모 신축 아파트 공급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가격이 더 떨어질 우려도 크다. 그에 반해 임대료 상승률은 점차 둔화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으로 관리비는 늘고 있다.

그간 임대용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았다. 경기가 악화하더라도 오히려 집을 팔고 임대주택에 들어오려 하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은 부동산 호황기를 타고 가격과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했다.

이런 흐름이 바뀐 건 아파트 소유자들이 버티지 못할 정도로 이자 부담이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21년 초만 해도 3.4~3.5%대였던 아파트 담보 대출(모기지) 금리는 이제 5%대를 웃돌고 있다. 올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은행 위기를 거치고 나선 재융자도 어려워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낮아진 금리를 보고 단기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건축·매입하는 이들이 늘면서 아파트 시장은 금리 인상에 더욱 취약해졌다.

우려를 키우는 건 아파트 관련 대출 규모가 오피스 시장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아파트 모기지 잔액은 지난 1분기 기준 약 2조달러(약 2600조원)로 오피스 관련 대출 잔액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 가운데 9807억달러(약 1300조원) 규모 대출이 2023~2027년 만기된다.

WSJ는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아파트 모기지 연체율이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인 피터 소톨로프는 현재 미국 아파트 소유주들이 처한 상황을 ‘수소폭탄’에 빗댔다. 채무 불이행(디폴트)가 미국 경제 전반에 막대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로스앨젤레스와 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에선 이미 수천채에 달하는 아파트가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샌프란시스코 내 임대주택 95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한 베리타스인베스트먼트는 “(아파트 등) 집합주택 부문은 오피스·리테일·호텔 등 다른 자산군과 마찬가지로 재정적 어려움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