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위안화로 IMF 빚 갚겠다"…中 입김 더 세지나

박종화 기자I 2023.08.01 14:48:04

'국가부도 위기' 아르헨, 순외환보유고 마이너스 10조원
달러 가뭄 속에서 中과 통화 스와프 통해 2.2조원 조달
"위안화 기축통화化에 도울될 것" 中 영향력 강화 전망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가 ‘달러 가뭄 끝에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돈 일부를 위안화로 갚기로 했다. 위안화의 중국 밖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물가대책 촉구 시위.(사진=AFP)


31일(현지시간)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중국 인민은행과의 통화 스와프를 통해 IMF 채무 일부를 위안화로 상환하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IMF가 7월 31일~8월 1일 갚아야 할 돈은 27억달러(약 3조5000억원)인데 그 중 17억달러(약 2조2000억원)는 그에 상응하는 120억위안으로 갚겠다는 게 아르헨티나 정부 계획이다. 나머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은 라틴아메리카개발은행(CAF)에서 단기 대출해 갚기로 했다.

중국 인민은행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2009년 위안-페소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 통화 스와프는 중앙은행끼리 통화를 교환해 서로 외환 보유고와 환율을 안정시키는 걸 돕는 협정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인민은행에 자국 페소화를 예치하면 인민은행은 그에 상응하는 위안화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중국과 아르헨티나 간 통화 스와프 규모는 1300억위안(약 23조원)에 이른다.

아르헨티나가 스와프를 사용해 IMF에 위안화로 채무를 갚는 건 심각한 외환난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경제 실정과 가뭄에 따른 농산물 수출 부진으로 10번째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려 있다. 아르헨티나의 달러 순보유액(가용 보유액에서 중앙은행 외환 부채를 뺀 금액)은 마이너스 80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한다. 달러로만 빚을 갚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이다. 세르히오 마사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이번 통화 스와프 등으로 외환 보유고에서 1달러도 쓰지 않고 IMF 채무를 상환할 수 있게 됐다며 중국 정부와 인민은행에 감사를 표했다.

중국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이번 통화 스와프가 미국 달러 패권에 맞서 위안화 영향력을 키우는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국제정치학 전문가인 알렉산드레 코엘류는 “중국이 오랫동안 계획했던 기축통화로서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르헨티나의 결정은 앞으로 유사한 상황에 부닥친 다른 신흥국에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르헨티나 가롤릭대의 아리엘 곤잘레스 레바기 교수는 가뜩이나 아르헨티나 외환 보유고에서 위안화 비중이 절반이 넘는 상황에서 중국 영향력이 더 강해질 것을 염려했다. 그는 “아르헨티나는 시간을 벌려고 하고 있고 중국은 분명 이것을 돕고 있다”며 “문제는 중국이 그 대가로 어떤 양보를 요구할 것인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자국 군용기 구매를 아르헨티나에 종용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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