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만난 프랑스 연출가 미셸 슈와이저(65)는 장애인, 비장애인과 함께 협업한 다원예술 공연 ‘제자리’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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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미셸 슈와이저와 한국 배우들의 워크숍을 통해 완성됐다. 지금 여기 살고 있는 나만의 ‘자리’, 우리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개인의 취향,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기원까지 본연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연극, 음악, 무용, 미디어아트 등이 결합된 형식으로 선보인다.
슈와이저 연출은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무대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다양한 사회 모습을 반영하는 인물을 조명하며 개인이 마주하는 사회 현실에 대해 질문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는 “지금 세상은 사람들이 서로 분리되고 있고,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점점 없어지는 세상을 살고 있다”며 “‘제자리’를 통해 사람과의 만남, 즉 ‘삶’이 어떻게 이뤄지는 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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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무대 위에서 ‘빛’, ‘나의 원자들’, ‘칼날’ 등 다양한 주제로 무대를 펼친다. 독백을 하거나 상대 배우와 연기를 주고 받고, 비디오카메라로 영상을 찍으며, 무대를 자유롭게 오가며 춤을 추기도 한다. 이들은 각자의 언어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김완혁이 의족을 떼어내고 비보잉을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뭉클하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이들의 장애를 겉으로 부각하지 않는다. 사전 정보가 없다면 몇몇 등장인물은 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슈와이저 연출은 “배우마다 풍요롭고 소중하고 빛나는 것을 찾아서 공연에서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애가 잘 드러나지 않게 연출한 류원선의 장면과 관련해선 “선입견 전복에 의미를 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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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모두예술극장을 운영하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장문원)이 슈와이저 연출에게 공연 기획을 요청해 성사됐다. 슈와이저 연출은 “장문원의 제안에 인간적, 문화적, 예술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며 “극장은 단순히 공연을 제작하는 곳이 아니라 삶의 현장이고 인간의 공동체가 형성되는 곳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