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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조'가 뭐길래.. "테슬라 가치 5천억달러 오를수도"[빅테크in]

김상윤 기자I 2023.09.12 14:58:30

2년 전 머스크의 AI비전 현실화.. 모건스탠리 재평가
테슬라 목표주가 250→400달러로 60% 상향
자체칩 D1 3천개 연결해 자율주행 슈퍼컴퓨터 구현
도조 개발 후 SW판매…"새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것"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테슬라는 전기차 회사가 아닙니다. 인공지능(AI) 설계 및 훈련에 관한 세계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 기술을 탐구하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2021년 8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 AI 데이 행사에서 깜짝 선언했다. 그러면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프로세서를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슈퍼컴퓨터 ‘도조’(Dojo) 개발 계획을 밝혔다. 당시만 해도 테슬라가 내놓는 전기차에만 관심이 컸던 터라 시장의 반응은 ‘글쎄’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테슬라의 야심 찬 계획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엔비디아칩 버리고 자체 칩개발…자율주행 훈련

테슬라는 지난 7월 도조 훈련용 컴퓨터 생산을 시작했고, 지난달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도조의 가동이 시작되자 머스크의 비전을 알아본 건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다. 모건스탠리는 11일(현지시간)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주당 250달러에서 400달러로 무려 60% 상향하고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바꿨다. 테슬라가 도입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도조’ 재평가를 하면서다. 모건스탠리는 도조가 테슬라 평가가치에 무려 5000억 달러(약 664조원)를 더할 수 있다고 봤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10.09%나 급등했다.

테슬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슈퍼컴퓨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7360개의 엔비디아 칩이 탑재돼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칩은 워낙 비싼데다 충분한 물량을 구매하기도 어렵고 테슬라가 구현하고자 하는 특정 기술에 최적화돼 있지 않다.

이에 테슬라는 직접 설계한 칩(D1)을 사용해 도조라는 슈퍼컴퓨터를 만들기로 했다. D1은 50만개 노드(네트워크로 연결된 기기)를 동시에 처리하며 초당 36TB(테라바이트)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한다. 도조는 이 D1칩 3000개를 조합해 가동한다. 많은 칩들을 연결하다 보면 데이터 전송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테슬라는 ‘인터커넥트’라는 기술을 개발해 개별칩 간 지연을 줄였다.

칩과 소프트웨어기술을 결합해 도조는 초당 100경번 연산이 가능한 1.1엑사플롭스(exaFLOP)급 성능을 갖추고 있어 전세계 가장 강력한 슈퍼 컴퓨터 5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엑사플롭스는 애플의 맥프로12코어 28만대 수준의 기능이다.

◇라이다 없이도 완전자율주행차 구현

테슬라가 도조를 개발한 이유는 자율주행 자동차 구현 때문이다. 구글 웨이모(Waymo) 등 다른 자율주행 자동차 회사는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 시스템을 통해 주변 사물 등을 인지한다. 하지만 라이다는 워낙 비싼데다 안개나 먼지가 있을 경우 인지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머스크는 라이다를 버리고 자동차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 센서를 통해 들어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AI가 주행방향을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마치 사람이 눈으로 사물을 인지하고 뇌가 판단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세계 곳곳 도로 위를 달리는 테슬라 자동차가 카메라로 주변 물체와의 거리와 가속도를 측정해 테슬라 본사로 데이터를 보내면, 도조가 운행기록과 카메라 영상을 참조해 주행 패턴을 학습한다. 자율주행 기술에 필수적인 뉴럴(신경망) 네트워크 훈련을 위해서는 슈퍼컴퓨터가 필요했던 셈이다. 학습을 통해 개발한 SW를 각각의 차량에 전송하면 기존 테슬라차량도 신형 자율주행차로 변신하게 된다.

이미 머스크의 비전 실현은 성큼 다가왔다. 테슬라는 지난 2분기 실적보고서에서 7월 도조 훈련용 컴퓨터 생산을 시작하면서 자율주행을 구동하는 신경망 훈련 가속화 및 비용 절감에 큰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도조 최종 개발을 위해 내년까지 10억달러(약 1조3250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전체 칩 연구개발(R&D)에 70억달러를 썼는데,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가 단일제품에 10억달러를 투입하는 건 상당히 과감한 투자로 볼 수 있다.

테슬라 도조 컴퓨터는 25개의 D1 칩(위에서 세번째 판)으로 구성된 ‘훈련 타일’이 거대하게 연결된 구조다. (사진=테슬라)


◇도조 개발후 SW판매…엔비디아와 AI시대 이끌것

놀라운 건 도조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도조가 개발되고 수많은 학습을 통한 SW를 양산하게 된다면 생성형 AI를 개발하고자 하는 업체에 이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테슬라가 SW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된다. 엔비디아와 함께 AI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유일한 회사로 테슬라가 언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월가에 자동차업계 분석으로 유명한 애덤 조너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슈퍼컴퓨터 도조가 자동차 판매를 훨씬 웃도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며 “도조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도입을 가속화하고, 이를 통해 향후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판매로 새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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