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해 말 한진칼(한진그룹 지주사) 지분 1% 가량을 매입한 데 대해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지분 매입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김 의장은 지인들에게 “나는 (조원태·조현아 남매 중)누가 돼도 관계없다. 마일리지 등 카카오 서비스의 확장을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원태 회장 요청이 발단..김범수 “카카오 서비스 확장 관심”
카카오는 12월 5일 대한항공과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 배재현 부사장, 대한항공 우기홍 대표, 하은용 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따라서 김 의장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사업적 목적이 첫째 이유로 꼽힌다. 데이터·인공지능(AI) 분야 협력을 위해 SK텔레콤과 3천억 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한 것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그 결과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2.5%를,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를 보유하게 됐다
다만, 김 의장이 여러 차례 나눠 지분을 매입한 것은 경영권 분쟁 장기화에 대비한 조원태 회장 요청이 발단이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3월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때 조 회장 측에 설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이 이슈이지만 내년에는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문제가 있어 대한항공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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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서 카카오 플랫폼으로 영화보고 쇼핑
업계는 카카오와 대한항공의 사업협력 중 ‘기내 콘텐츠 서비스’와 ‘항공 마일리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에서는 앞 좌석 뒤에 붙어 있는 전용 하드웨어로 이미 탑재된 영화 등을 보는데 그치지만, 카카오와 협력해 고객 스마트폰 앱을 통해 카카오의 웹툰을 보거나 기내 면세품을 모바일 카탈로그 기반으로 구매하는 일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런 모델은 스타트업 이노플라이가 CJ ENM과 함께 저가 항공사에서 국내 최초로 시범 제공 중이다.
‘항공 마일리지’ 카카오에서 사고 파는 시장 열릴 것
가장 관심을 끄는 일은 항공마일리지 제휴다. 환금성이 있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카카오플랫폼을 통해 사고 팔수 있게 되면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부채로 인식하는 마일리지 이연수익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이연수익은 2조3017억원으로 재무에 큰 부담인데 카카오페이 등과 연계해 쓰임이 확대되면 마일리지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카카오 입장에서도 환금성이 좋은 마일리지를 자사 서비스에 붙이거나 비정형으로 활용하면 서비스를 확장하거나 인공지능(AI)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3법 통과로 (가명화를 전제로)비정형 데이터를 모으는 일이 가능해져 항공마일리지의 가치가 더 주목받는다”면서 “2세대 핀테크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와 대한항공이 삼포적금(삼성포인트를 매달 적금처럼 구매해 항공사 마일리지로 전환한 뒤 비즈니스 또는 퍼스트석을 타는 것)과 유사한 합법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