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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동력 식은 탓…나랏돈 풀어도 2.8% 성장 그쳤다(종합)

김정남 기자I 2018.09.04 10:28:19

2분기 경제성장률 전기比 0.6%
한달전 속보치보다 0.1%P 낮아져
건설투자 -2.1% 설비투자 -5.7%
투자 부진에 경제 성장의 質 악화
나랏돈 풀어도 2.8% 성장 그칠듯
"반도체 빼면 성장 동력 없는 탓"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성장 동력이 식은 것일까. 올해 2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반년 만에 가장 낮은 0.6%(전기 대비)에 그쳤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부진한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올해 성장률은 2.8%를 기록할 게 유력하다. 1년 만에 다시 3%대를 밑도는 것이다. 반도체를 빼면 이렇다 할 먹거리가 없는 탓에 2012년 이후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가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건설투자 -2.1% 설비투자 -5.7%

한국은행이 4일 내놓은 국민소득 잠정치를 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6%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7월26일 공개됐던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분기 성장률로 따지면 지난해 4분기(-0.2%) 이후 반 년 만의 최저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성장률은 2.8%. 이 역시 속보치(2.9%)를 밑돌았다. 지난해 4분기 이후 3개 분기째 2.8% 성장 경로를 보이고 있다.

주목할 건 투자 침체다. 2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2.1%를 기록했다. 속보치(-1.3%)와 비교해 더 낮아졌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1.5%)도 마이너스(-)로 내려앉았다. 주거용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줄었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경제활동별로 보면 건설업의 GDP가 전기 대비 3.1% 감소했다. 제조업(0.6%)과 서비스업(0.5%)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평가다.

2분기 설비투자 부문 증가율은 전기 대비 -5.7%를 기록했다. 속보치(-6.6%)보다는 높아졌지만, 2016년 1분기(-7.1%) 이후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일 정도로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한 설비투자 부문 GDP도 3.0%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쪽 투자가 모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투자가 감소하면 경제의 활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성장의 질이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반도체의 ‘나홀로 성장’ 리스크도 여전했다. 2분기 ICT산업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1%로 2개 분기째 두자릿수를 유지했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10.4%에 달한다. 하지만 비(非)ICT산업의 GDP는 2분기 2.0% 증가하는데 그쳤다.

민간소비는 그나마 회복 국면에 있다. 2분기 증가율은 전기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2.8%를 각각 기록했다. 모두 속보치와 같았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최근 경제 지표를 보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잠재성장률(2.8~2.9% 추정) 수준의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승철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2018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 기자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나랏돈 풀어도 2.8% 성장 그칠듯

올해 전체 성장률은 2.8% 경로로 가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국이 내놓은 올해 상반기 성장률 2.8%에다 한은 조사국이 전망한 하반기 성장률 2.8%를 감안한 수치다. 조사국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제시하고 있는데, 10월 수정경제전망 때 2.8%로 하향할 가능성이 있다. 주요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의 전망치도 2.8%로 수렴하고 있다. 지난해(3.1%) 3년 만에 3%대 성장을 달성했다가 1년 만에 다시 2%대로 돌아간 것이다. 올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돈을 풀었음에도 성장률은 반등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 경제는 2012년 이후 2%대 성장이 고착화돼 있다. 2012년 이후 2.3%→2.9%→3.3%→2.8%→2.9%→3.1%→2.8%(올해 전망치)의 흐름이다. 2000년대만 해도 4~5%대였는데, 2010년대 들어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학계에서는 이를 구조적 장기침체로 진단하고 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건 반도체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장 동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경기가 계속 하강할 것으로 보여 올해보다 내년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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