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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간 변기커버에 섬찟”…창문으로 상습 주거침입한 남성

이재은 기자I 2023.11.10 12:49:14

아무도 없어야 할 집 컴퓨터서 ‘카톡접속’ 알림이
화장실 변기커버 올라가 있고 음료수·립밤 사라져
전원 켠 채 돌리고 나간 세탁기는 중간에 꺼진 흔적
CCTV 영상서 남성이 창문으로 침입하는 장면 포착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일면식 없는 여성의 자취방에 상습적으로 침입해 물건을 함부로 쓰고 훔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0대 남성 A씨가 피해자의 주거지 창문을 통해 집 내부로 침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전 동부경찰서는 최근 절도, 주거침입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회사원인 A씨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3차례에 걸쳐 피해자 B씨가 혼자 거주하는 자취방의 창문을 통해 집 내부로 침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집 내부에서 음료수나 립밤 등을 훔친 혐의도 있다.

A씨의 범행은 이상함을 느낀 B씨가 집 근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하며 드러났다.

당시 영상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A씨가 B씨 원룸 옆 에어컨 실외기를 발판 삼아 창문으로 접근하고, 창문을 연 뒤 집 안에 들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A씨는 고개를 돌려 행인이 없는 것 등을 확인한 뒤 침입했고 이후 B씨의 집 현관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지난달 7일 오후에는 A씨가 B씨 집 창문 앞에서 소변을 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B씨는 이날 스마트폰에 ‘PC 카톡’ 알림이 뜬 것을 보고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것으로 전해졌다. 집에 아무도 없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누군가 자취방 컴퓨터를 켰기에 휴대전화로 알림이 온 것이다.

당시 B씨는 전산오류라고 생각했지만 2주 뒤 소름 끼치는 상황이 일어났다.

집 밖에 있는 사이 또다시 ‘PC 카톡’ 알림이 전송됐고 몇 시간 뒤 집에 왔을 때 화장실 변기 커버가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B씨는 평소 청소할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변기 커버를 올린 적이 없었다.

또 아무도 없어야 할 집에서 음료수와 립밤이 사라지고 B씨가 돌린 채 나갔던 세탁기는 중간에 전원이 꺼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후 B씨는 집 근처 CCTV 관리업체를 통해 침입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인하고 지난달 23일께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CCTV 영상과 압수 영장을 발부받아 A씨의 이동 동선, 카드거래 내역 등을 분석해 신원을 파악했다.

B씨는 현재는 이사한 주거지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작은 소리에도 놀라는 등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B씨는 10일 연합뉴스에 “낯선 남자가 제 원룸 창문에 몸을 구겨 넣은 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숨이 막혔다”며 “침입 시각을 확인해 보니 제가 집에서 나가고 불과 1~2분 뒤였다. 누군가가 저를 계속 관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동기와 B씨에 대한 스토킹 등 여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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