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애도' 기간 한쪽에서는 골프장 사업

전재욱 기자I 2022.11.03 11:56:33

주말까지 애도 주간인데, 국가보훈처 골프장 공사 입찰공고
연기금 군인공제회·공무원연금공단 및 일부 지자체도 가세
불요불급 골프장 공사, 국민적 추모 분위기 배치 지적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이태원 참사로 국가적 애도 기간이 이어지는 와중에 일부 정부기관과 지자체가 골프장 사업에 착수했다. 현재 관가는 물론 민간 영역에서까지 골프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돌아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후 나흘 연속으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사진=방인권 기자)
3일 정부에 따르면, 88관광개발은 지난 1일 국가보훈처88골프장 보수 공사 사업자를 찾는 입찰 공고를 냈다. 88골프장 내 일부 코스에 낡은 관개용 수로를 안전하게 개보수하는 공사이다.

국가보훈처는 보훈기금을 운용하고자 88관광개발을 설립해 골프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국무총리 산하에 있다. 88관광개발은 이태원 사고 직후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추모 공지를 띄운 상태다.

공적인 성격을 띠는 연기금이 착수한 골프장 사업도 눈에 띈다. 군인공제회가 최대주주인 주식회사 록인김해레스포타운은 1일 골프장 조성 사업자를 찾는 공고를 냈다. 이 회사가 45개 홀짜리 대형 골프장을 짓는 과정에서 설계와 인허가를 도맡을 업체를 선정하는 절차다. 이 회사 2대 주주는 경남 김해시이고 3대 주주는 코레일테크 주식회사(한국철도공사가 지분 97%를 가진 최대주주)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달 31일 골프장 개보수를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골프장 조경을 보완하고 카트 도로 경계석을 정비하려는 것이다. 전날에는 골프장 세탁물 위탁처리 업체 공고를 내기도 했다. 공단은 이 골프장을 공무원 후생복지를 위해 사실상 공무원 전용으로 운영한다. 이밖에 국군재정관리단은 전날 체력단련장 골프공 납품 사업의 입찰 공고를 냈다.

지자체 가운데 강원 정선군(10월31일)과 충북 영동군(1일), 충남 아산시(2일), 경남 통영시(2일)도 참사 이후로 골프장 사업을 시작했다. 정선군은 골프연습장 건립사업 입찰 공고를, 영동군은 양산면 그라운드골프장 조성사업 설계 용역을, 아산시는 그라운드골프장 조성사업 관련 용역을, 통영시는 용남그라운드골프장 인조잔디 교체 용역을 각각 발주했다.

골프 운동을 자제하는 것과 사업을 준비하는 것은 구분할 측면이 있다. 다만 필요·시급한 작업과 상황이 아니라면 국가적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는 현재 골프 사업을 추진하는 데 대한 군말이 나온다.

군은 이번 참사로 군인과 군무원이 사망한 데 따라 전군에 골프 금지령을 내린 상태다. 현재 관가에서는 회식 및 음주와 더불어 골프를 자발적으로 자제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SK를 비롯한 민간 기업조차도 임직원에게 골프를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해당 공사는 누수 발생 피해를 사전에 차단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동절기 토지 경빙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공고를 진행해야 하는 공사”라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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