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로나 확진자 나왔는데 "출근하려면 해라"…쿠팡 대처 논란

김성훈 기자I 2020.05.26 11:00:04

확진자 발견 이튿날 출근가능 여부 문자 보내
폐쇄 대신 강행 이유에 "방역조치 마쳤다" 해명
"코로나 사태에도 마스크 착용 소홀했다" 주장
"열감지·방역 철저했다, 사실과 다르다" 해명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쿠팡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상황에서 물류센터 업무를 강행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 확진자 동선 확보에 따른 자가격리 조치를 내린 이튿날 직원들에게 출근 가능 여부를 묻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후 확진자가 추가로 발견되고 나서야 물류센터 폐쇄를 결정한 쿠팡의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이 코로나19 확진자 발견 이튿날 아침 부천 물류센터 직원에게 보낸 문자 갈무리
26일 방역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87번째 확진자인 30대 환자 A씨는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출고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부천물류센터는 3교대 근무가 이뤄지는 곳으로 하루 근무자만 1300명에 달하는 곳이다. 부천시에 따르면 접촉자로 분류된 센터 직원 등 200여 명에 달한다.

A씨는 지난 20일 증상을 보인 뒤 23일 부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으며 전날 확진 판정을 받고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확진자 신상을 파악한 방역 당국은 지난 24일 오후 11시쯤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메시지는 “본 문자를 받은 쿠팡 직원은 자가격리 대상이다”며 “내일 오전에 연락할 예정이니 출근 금지는 물론 자가 격리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부천시 보건소는 이튿날인 25일 오전 직원들에게 “내달 1일까지 자가 격리해달라”는 메시지를 추가로 보냈다.

부천시청이 쿠팡 부천 물류센터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갈무리
물류센터 내 확진자 판정 소식에 당황한 근무자들은 쿠팡 측에 확진자 동선과 일한 시간대 문의를 위해 회사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쿠팡 측은 도리어 “금일 중간조 출근 가능하신 분은 ‘금일 가능’ 문자를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이튿날(25일)에도 물류센터 업무를 이어가려한 셈이다.

쿠팡 측은 코로나19 확진자 판정에도 물류센터 운영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확진자 판정 이후 방역을 꾸준히 시행했고 방역당국의 지침도 받았다”며 “사무공간이 아닌 넓은 공간에서 일하는 원거리 근무다 보니 우려하는 부분이 없을것이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상태 유지에 대한 양측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근무자들에 따르면 신선센터 관리자들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근무자는 “근무자들에게만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강요하고 (관리자들은) 마스크를 아예 안 쓰거나 마스크를 턱에만 걸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매일 방역작업과 열 감지 시스템, 마스크 의무 착용, 손소독제 사용 등을 철저히 시행해 왔다”며 “해당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번에 폐쇄조치가 이뤄진 부천 물류센터는 수도권 서부 지역으로 배송되는 신선식품을 처리하는 곳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약 48시간 이내에 사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쿠팡이 신선식품을 자정까지 구매하면 오전 7시까지 받아볼 수 있는 ‘로켓프레시’로 고속성장을 거듭한 점을 감안하면 이용자들의 불안도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 부천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가운데 25일 오후 한 확진자가 근무한 것으로 파악된 경기도 부천시 한 물류센터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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