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이날 국민청원 답변 중 최대 관심사는 이수역 폭행 사건이었다.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쌍방폭행 사건이었지만 국민청원 이후 ‘남성혐오 vs 여성혐오’라는 성별갈등의 후폭풍이 거셌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경찰 결론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수역 폭행사건 청원에 靑 “경찰, 남녀 5명 불구속 기소로 검찰 송치”
이수역 폭행사건 청원에는 총 36만여 명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지난 11월 13일 이수역 인근 술집에서 남자 다섯 명이 여성 두 명을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가해자 처벌을 촉구했다. 그러나 청원 이후 폭행사건의 진실 여부를 놓고 사회적으로 후폭풍이 거셌다. 한 피해 여성은 머리를 다쳐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 또 한 피해 남성도 손목 부상 등 역시 전치 2주 진단서를 제출했다.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이와 관련, “경찰은 여경 7명 등 19명의 전담팀을 편성해 당시 술집에 있던 남성 3명과 여성 2명에 대해 당사자 진술, CCTV영상 분석 등을 통해 약 40일간 면밀하게 조사를 진행했다”며 “오늘 오전 폭행과 모욕, 상해를 이유로 5명 모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전했다. 정 센터장은 이어 “경찰 수사를 토대로 검찰이 실제 이들을 모두 기소할지 여부 등을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며 “짧지 않은 기간, 전력을 다해 다각도로 수사해온 경찰의 결론을 존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춘천 여성살인 사건 피의자 신상공개 요구에 靑 “사회적 논의 필요”
춘천 여성살인 사건 청원에는 총 21만여 명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제발 도와주세요, 너무나 사랑하는 23살 예쁜 딸이 잔인한 두 번의 살인 행위로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다”며 가해자 신상공개와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딸을 잃은 가족은 “주도면밀하게 계획한 잔인무도한 범행”이라면서 “살인 피의자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한다면 피눈물 흘리는 저같은 엄마가 나오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며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센터장은 이와 관련, “춘천지검은 지난 11월 피의자에게 살인 및 사체 훼손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며 “검찰은 단순 우발적 범행이라 보지 않으며 법정에서 죄를 엄중히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원인이 촉구한 피의자 신상공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사건 피의자의 얼굴, 성명, 나이 등 신상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형사소송법상 비밀엄수 의무,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 등에 근거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 2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에 대해 신상공개위원회 의결을 거쳐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피의자 신상 공개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신상까지 공개될 수 있어 신중하게 결정되는데 이 사건에서는 결국 비공개로 진행됐다”며 “예외적 신상공개는 지난 2010년 제도 도입 이후 최근까지 총 18건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향후 확대되어야 할지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일베 여친몰카 처벌 청원에 靑 “경찰, 모니터링 강화와 불법촬영·유포 엄정 대응”
마지막으로 ‘일베 여친몰카 강력 처벌’ 청원은 20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청원은 경찰이 ‘일베 여친, 전 여친 몰카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서 범죄자들을 처벌하라는 내용이다. 지난 11월 일간베스트 사이트에는 ‘여친인증’, ‘전여친 인증’ 등의 제목과 함께 사진들이 올라오면서 당사자들도 모르게 댓글 성희롱은 물론, 다른 SNS로 퍼나르는 2차 가해까지 벌어졌다.
정 센터장은 “신고에 따라 경찰이 수사에 착수, 총 10여명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며 “곧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찰은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해 추가 피해를 예방하고, 불법촬영·유포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불법 촬영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 덕분에 최근 국회에서 관련 디지털 성폭력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통과됐다”고 밝혔다.
관련 법안에 따르면 불법 촬영물뿐 아니라 복제물 유포도 동일하게 처벌한다. 또 자신의 신체를 자의로 찍은 촬영물이라 해도 당사자 의사에 반해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히 영리 목적의 촬영물이나 복제물 유포에는 현행 벌금형 조항이 삭제되고,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정 센터장은 “설혹 동의해서 촬영해도 동의 없이 유포하면 동일하게 처벌되도록 한 것은 그동안 청원 등을 통해 계속 지적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청원인이 지적했듯 피해자들이 평생 어디서 떠돌지 모르는 자신의 알몸 사진에 불안해하며 살아가지 않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국민청원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답변을 해오고 있다. 이날 3건에 대한 청원 답변으로 총 68개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