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공통점은 직매입 상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면서 오픈마켓을 운영 혹은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확장성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다만 ‘짝퉁’이나 소비자 분쟁 같은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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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사업자 재취득 나선 쿠팡…오픈마켓 강화 움직임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하고 택배 사업자 자격 재취득에 나섰다. 쿠팡은 지난 2018년 물류 자회사 쿠팡 로지스틱스가 택배 사업자 인증을 받았지만 1년 만에 자진 반납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도가 크게는 물류 사업 확장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로켓배송센터가 전국에 170여 개에 육박할 정도로 물류 시스템을 갖춘 만큼 이를 활용한 수익 다변화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연장선에서 쿠팡이 오픈마켓 강화까지 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돈을 받고 오픈마켓 입점 업체의 상품을 배송해 수익을 내는 형태다.
현재 쿠팡은 직매입한 상품만을 배송할 수 있는 로켓배송이 핵심이다. 다만 택배 사업자 자격이 없어 제삼자의 상품을 돈을 받고 나르면 불법이다. 이에 ‘로켓제휴’라는 판매 프로그램을 통해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입점 판매자의 상품을 보관부터 배송까지 한 번에 제공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배송비를 받지 않고 쿠팡이 직매입해 판매하는 형태라 법망을 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반 상품보다 수 배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단, 택배 사업자로 선정된다면 이 같은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오픈마켓 입점자의 상품을 바로 배송할 수 있게 된다.
◇‘짝퉁’ 등 논란 숙제…속도 조절 나선 쓱닷컴
쿠팡의 오픈마켓 강화에는 숙제가 따른다. 바로 ‘짝퉁’ 등 부적절한 상품의 판매를 모두 걸러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픈마켓 플랫폼 사업자들은 여러 시스템을 도입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쿠팡 역시 첨단 AI 기술과 전 과정 모니터링으로 위조상품을 차단하고 위조 상품 판매 중지 및 퇴출 등 철저한 관리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짝퉁 시계 등 사건이 연달아 터지며 홍역을 치렀다.
쿠팡은 최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철저한 관리를 실행함으로써 짝퉁 시계 판매가 쿠팡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옮겨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자료에서도 1~9월 위조품 판매 건수 중 3.61%는 쿠팡에서 발생해 완벽한 차단이 어려움을 반증했다.
오픈마켓 도입에 나섰던 쓱닷컴이 ‘속도조절’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오픈마켓의 약점과 연관이 깊다는 평가다. 쓱닷컴은 아직 상품 구색에 한계가 있어 오픈마켓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약 명품 관련 가품 이슈가 터진다면 신세계백화점에, 불량 먹거리 논란이 터진다면 이마트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울 수도 있다.
이에 쓱닷컴은 연내 오픈설이 나오던 오픈마켓 도입을 미뤘다. 당초 셀러들에게 지난 4일부터 판매자를 받겠다고 공지했지만 이 일정을 잠정 연기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1분기,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오픈마켓을 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강희석 대표가 이마트에 이어 쓱닷컴 대표까지 겸직한 이후 오픈마켓 도입 시기를 조율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각자 대표로 운영하던 당시만 해도 오픈마켓은 쓱닷컴의 새로운 먹거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의 시너지까지 모두 생각할 수밖에 없는 강 대표는 오픈마켓 도입이 오프라인에 타격이 가지 않도록 좀 더 치밀한 준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모든 상품을 받는 게 아니라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분야에 한해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관리형 모델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쓱닷컴 측에서는 오픈마켓 도입 시점 등에 대해 말을 아꼈다. 쓱닷컴 관계자는 “오픈마켓의 완벽한 서비스 구현을 위해 담당 부서에서 셀러들에게 추가 공지를 했다”며 “이전에도 오픈마켓 오픈 시점을 특정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