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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한강에 투신한 서울 강동구청 소속 공무원이 두 달 만에 한강 잠실대교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악성민원과 민원인의 폭언·폭행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단계로 구성된 현행 매뉴얼은 폭력 등 돌발상황과 떼쓰기성 반복민원을 막는 데에는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18일 서울시 자치구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공무원노조 강북지부가 구청 직원 5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5%는 ‘최근 1년 동안 악성민원인으로 인해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했다.
직원들은 민원인 응대 시 가장 힘든 점으로 45%가 ‘법률 등 규정상 안 되는 상황을 처리해 달라는 끊임없는 요구’를 꼽았다. 이어 욕설과 반말 등 민원인의 무례한 태도(39%), 대화 및 의사소통의 어려움(10%) 순으로 나타났다.
강북구의 설문조사 결과는 악성민원으로 멍들고 있는 공무원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악성민원의 상당수는 법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거나 이웃 간 분쟁으로 인한 불만으로 야기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주차나 쓰레기, 불법 건축물 관련 민원을 악용하는 사례가 상당하다는 게 일선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또 본인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반복민원을 넣고,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불친절하다’며 공무원의 태도를 문제 삼아 끈질기게 물고 넘어지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강동구는 민원인 3명이 지난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석 달간 5142건의 주차단속 민원을 제기했다. 같은 기간 구청에 제기된 주차단속 민원의 26%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른 자치구 역시 특정 민원인들이 주차 문제로 민원 폭탄을 던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본인 소유 건물 앞에 차량이 잠시 주차하면 주행 방해와 주차선 위반 등 온갖 민원을 넣고, 표적이 된 운전자들이 민원신고에 대한 불만과 짜증을 모두 단속 공무원에게 토해내는 악순환이 무한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막말과 폭언, 협박을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여기에 수천 건에 달하는 폭탄민원 처리로 인한 행정력 낭비도 만만치 않다. 이를 보다 못한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지난해 1월 고질적인 주차 민원 해결을 위해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개선을 요구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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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행 대응매뉴얼이 수년간 제기되는 반복민원과 폭력·폭언 등 돌발상황에 대응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행안부의 공직자 민원응대 매뉴얼에 따르면 대면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1단계 진정요청, 2단계 경고를 거쳐야 경찰에 신고가 가능하다. 폭언과 욕설, 협박 등의 상황에서는 우선 진정요청을 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관련법률에 저촉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녹음을 하겠다고 사전 고지해야 한다.
하지만 위험물 소지자가 급습하거나 폭력 행사 등 신변을 위협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이런 단계별 매뉴얼이 무용지물이라는 게 행정 일선의 공통된 평가다. 녹취 고지도 일시적인 억제책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녹음 안내 당일에만 ‘반짝 효과’를 낼 뿐 다음날 또다시 욕설과 폭언, 고성 등이 오가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동일민원도 3회 이상 반복 제출하면 2회 이상 결과 통지 후 종결 가능하지만, 이 역시 허점을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민원이 종결되더라도 해당 공무원의 언행이나 태도를 문제 삼아 또다시 민원을 넣거나 경찰에 상해죄로 고소하는 등 끊임없이 압박을 이어간다.
채장원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사무처장은 “악성민원은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이에 시달린 공무원들은 피해의식 때문에 평범한 민원을 처리할 때도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민원대응 매뉴얼에 다양한 현장 사례를 반영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