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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2년물 수익률이 10년물 웃돌아…“침체 전조”
26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영국, 캐나다, 스웨덴, 뉴질랜드 등 5개 국가에서 지난 7월 이후 국채 2년물 수익률이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수익률을 웃도는 현상이 일시적 또는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미국과 스웨덴, 캐나다에서는 7월 초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했고, 이달 5일과 15일 뉴질랜드와 영국에서도 각각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이 뒤집혔다.
통상 장·단기 금리역전은 경기침체 전조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1980년 이후 미국에서 경기 후퇴가 발생한 경우 약 1년 반 전에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5개국에서 동시에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은 2005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5월이나 미중 갈등이 극에 달했던 2019년 8월에도 동시에 금리역전이 발생한 국가는 4개국에 그쳤다. 그만큼 현재 세계 경제가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징후라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캐나다의 금리 격차가 0.4%포인트로 가장 컸다. 이에 지난달 13일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무려 1%포인트 인상(울트라스텝)했다. 평소의 4배에 달하는 인상폭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 2년물 수익률이 급등했다. 미국의 금리 격차는 0.3%포인트로 캐나다 다음으로 컸다. 이는 0.5%포인트에 달했던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사태 이후 최대폭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공급 불안이 심화한 유럽도 마찬가지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현재 0.75%인 기준금리를 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쳐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영국은 에너지 수입 가격 급등으로 물가상승률이 10%를 넘어섰고, 내년 1월엔 2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달초 영란은행(BOE)은 1995년 2월 이후 약 27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국채 2년물 수익률이 치솟으며 3%에 근접했다.
BOE는 지난해 12월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인상을 단행했으며, 이후 0.25%포인트씩 5차례, 이번까지 총 6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두자릿수 인플레이션을 억누르려면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2년물 수익률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는 지난 5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3.3%대로 떨어지면서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했으나,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19일에 해소됐다.
이번 동시다발적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때문이지만, 물가 상승 유발 원인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닛케이는 “과거의 인플레이션이 견조한 경기 및 왕성한 수요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번엔 경기 과열이 아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 제한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국가선 침체 현실화 조짐…美, 2분기 연속 역성장
이미 각국에선 침체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이 올해 2분기 마이너스(-) 0.6%로 1분기(-1.6%)에 이어 2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2분기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통상 기술적 침체로 간주된다.
뉴질랜드에선 지속됐던 집값 상승세가 7월 들어 꺾였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앞으로도 주택 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은 올해 4분기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으며, 내년 말까지 1년 동안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침체 우려에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SBI증권의 미치이에 에이지는 “각국 중앙은행의 최우선 과제는 인플레이션 진압이다. 경기에 대한 배려는 두 번째”라고 말했다.
UBS 수미 트러스트 웰스매니지먼트의 아오키 다이키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은 단기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장기금리로 기업 등에 빌려준 뒤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거두는데, 금리가 역전되면 대출이 줄어 설비투자 등이 둔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