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SDI(006400)가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와의 자동차용 배터리 협력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와 보쉬가 지난 2008년 절반씩 출자해 의욕적으로 설립한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합작사 `SB리모티브`는 이미 해산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두 회사의 합작사 해산 여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삼성SDI 관계자 역시 "해산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도 SB리모티브의 해산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날 SB리모티브의 해산설이 확산되면서 삼성SDI의 주가는 오후 1시30분 현재 전일 대비 3.57% 하락한 13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 해산설의 발단은 두 회사의 합작사가 해산할 수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였다. 보쉬 관계자는 이 신문을 통해 "SB리모티브의 해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불화설은 지난해 8월 처음 불거졌다. 보쉬가 독자적으로 배터리 사업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보쉬는 지난해 독일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선박용 배터리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그러자 곧바로 SB리모티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됐고, 두 회사는 "탑재 분야가 전기차용과 선박용으로 서로 다르다"면서 급히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삼성SDI는 내심 불편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쉬가 자국 업체들과 함께 배터리 셀 제조에 나서면서, 삼성SDI의 위치가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보쉬가 SB리모티브를 설립한 것도 삼성SDI의 셀 제조력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SDI는 보쉬의 강력한 자동차 영업망을, 보쉬는 삼성SDI의 배터리 제조력을 원했다"면서 "합작 초기에도 사업 주도권을 놓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지만, 지난해 보쉬가 또다른 배터리사업에 나서면서 관계가 틀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삼성SDI는 SB리모티브 설립 전인 2007년 당시 보쉬로부터 `2차전지 부문 최고 공급업체`로 선정됐을 정도로 두 회사간 우애가 깊었다. 삼성SDI는 당시 보쉬에 전동공구용 소형 2차전지를 공급했다.
하지만 그룹의 5대 신수종사업으로 꼽혔던 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확실한 사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합작사를 해산하는 초강수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말 박 사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진건 SB리모티브 대표 등 삼성 측은 보쉬를 배제한채 BMW와 협력을 논의했다. 당초 이 사장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12` 출장까지 보류한채 급히 독일로 달려가, 그 배경이 이목이 집중됐었다.
증권가 한 연구원은 "BMW는 SB리모티브의 핵심 고객으로, 제품을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최근 이 사장의 출장 등으로 미뤄볼 때 해산이 진행된다면 삼성SDI가 지분을 인수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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