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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서 양창덕 교수팀은 전하 수송 능력을 높이는 전략 중 ‘위치규칙성(regioregularity)’에 주목했다. 위치규칙성은 고분자를 이루는 반복 단위가 일정한 규칙을 띠며 배치되는 걸 뜻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고분자의 위치규칙성이 높을수록 전하 이동도가 높다고 알려졌다.
연구팀은 고분자로 합성할 때 위치규칙성을 띠게 되는 분자들을 이용해 새로운 ‘위치규칙성 고분자(RR)’를 합성했다. 똑같은 분자들을 재료로 써서 위치불규칙성(regiorandom)을 띠는 고분자(RA)도 만들었다.
제1저자인 강소희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고분자를 이루는 분자들이 규칙성을 가지고 배열되도록 합성하면 전하 이동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 고분자 합성을 설계했다”며 “위치불규칙성 고분자는 위치규칙성 고분자와 대부분의 특성이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새로 합성한 두 고분자의 전하 이동도를 확인하기 위해 두 물질을 이용한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를 제작했다. 이 때 나노(nano) 크기의 홈이 파인 기판에 고분자를 넣고 주물(鑄物)을 하듯 필름 형태로 가공했다.
이렇게 제작한 트랜지스터에서 위치규칙성 고분자의 전하 이동도는 1볼트/센티미터(V/㎝)의 전기장을 걸어줬을 때 1초 동안 전하 하나가 9.09㎝, 위치불규칙성 고분자의 전하 이동도는 17.82㎝ 이동하는 수준을 나타냈다. 기존 유기 반도체의 전하 이동도가 대부분 최대 한 자릿수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뛰어난 수준이다. 특히 위치불규칙성 고분자의 전하 이동도가 더 뛰어난 결과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양창덕 교수는 “위치불규칙성 고분자의 전하 이동도를 잘 이해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결과들이 모여 유기 반도체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활용 분야를 넓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독일에서 발행되는 응용 화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te Chemie)’ 최근호에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