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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낙태 문제를 둘러싸고 가톨릭 교회와 정면 충돌하게 됐다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톨릭 교리에서는 낙태를 금지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가 여성의 권리라는 입장을 고수해서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텍사스주에서 성폭행이나 근친상간 등을 포함한 어떤 경우라도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새 낙태제한법을 시행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낙태제한법이 시행된 지난 1일 “이 법은 터무니없고 비(非)미국적”이라며 “수백만 여성들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개신교가 주류인 미국에서 가톨릭 신자로서 대통령에 올랐다. 존 F 케네디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다. 가톨릭 중에서도 진보파에 속하는 그는 낙태와 동성결혼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 때문에 취임할 때부터 가톨릭 보수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보수적 미 주교회의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정책을 추진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진보 성향인 프란치스코 교황측 추기경이 즉각 반박하며 바이든 대통령을 방어하기도 했다.
가톨릭 신자들의 공격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보수 성향 가톨릭 매체 EWTN의 오웬 젠슨 기자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가톨릭 신앙에선 낙태가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가르치는데 왜 바이든은 낙태를 지지하느냐”라고 외쳤다. 그러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당신은 임신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맞받아치며 “대통령은 여성의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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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 법무부는 이날 낙태를 하려는 텍사스 거주 여성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낙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이들에 대한 폭력은 물론, 의료시설 접근 자유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텍사스주 낙태금지법은 태아의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임신 6주 이후에는 어떤 경우라도 낙태를 금지한다. 이는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대법원에서 임신 22~23주 이전까지는 낙태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과는 정면 배치돼 미국 사회를 큰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새로 시행된 낙태금지법에 따르면 낙태를 도운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여기에는 임신 여성을 병원에 데려다 준 택시 기사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