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8일 관계 기관인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과 ‘건설기계 무인 조정창치 특례기준 마련’을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 무인건설기계는 사람이 직접 조종하지 않고 중장비가 스스로 작업하는 등 해체나 철거와 같이 위험한 일을 할 때 사고가 잦은 건설 현장의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주목받는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는 무인건설기계를 도입해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작업자들이 열악한 건설환경을 기피하면서 숙련된 전문 인력이 부족해지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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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는 안전기준이 없어서 무인기계가 사고를 냈을 때 책임 소재 등이 모호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국내외 표준을 활용한 안전기준 마련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켰을 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원격 정지나 가동 시 알림 △외부 운전모드 표시 △경고음 △시스템 상태 탐지 등과 같은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토부와 안전관리원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 탈·부착식 무인·자동화 장치에 대한 특례기준도 마련할 방침이다.
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40개 이상의 기업이 자율장비에 대한 시험 운영을 하고 있고 여러 신생기업이 등장했으나 법·제도적으로 자격을 강제하는 국가는 없다. 안전관리원은 “현재 원격장치 자체의 사용 안전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며 “건설기계의 급격한 정보통신기술(ICT)화에 따라 전기·전자 제어시스템에 관한 국제표준 제안과 기능 안전을 위한 높은 단계의 안전성 확보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은 무인건설기계 안전·특례기준이 마련되면서 관련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무인 건설장비 시장은 2021년 100억2000만 달러(약 12조6552억원)에서 지난해 118억6000만 달러(약 14조9791억원)로 전년 대비 18.4% 성장했으며 연평균 성장률(CAGR) 11.8%를 기록해 2026년 185억3000만 달러(약 23조4033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키워드는 ‘AI’…2030년 ‘완전 자동화’ 목표
미래 건설기계 시장은 인공지능(AI)과 접목한 무인화 기술이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2025년 건설 현장 투입을 목표로 AI와 무인 자동화 굴착기를 결합하는 등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HD현대의 건설기계 3인방인 현대제뉴인과 현대건설기계(267270), 현대두산인프라코어(042670)는 3사의 AI 기술을 총괄하는 전담 조직인 ‘AI 융합기술센터’에서 세계 최초 무인 굴착기 개발을 목표로 AI 스마트 기술이 탑재된 통합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건설기계업계에서는 자동차처럼 무인화·자동화 단계를 1~5 레벨로 구분해 비교한다. 현대건설기계는 1·2 레벨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전문 측량 인원 없이 굴착기 장비 스스로 측량이 가능한 ‘머신 가이던스’와 전자유압제어 기술을 적용해 고르기 작업을 자동으로 할 수 있는 ‘머신 컨트롤’ 기능을 개발했다. 2025년에는 레벨 3에 해당하는 기술인 터파기·관리·상차 등 특정 반복 공사 종류에 대한 자동화 기술과 카메라 영상 기반 딥러닝을 통한 자동 위험 감지 기능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2019년 건설장비 무인·자동화 솔루션 ‘콘셉트-엑스(Concept-X)’ 시연에 성공했으며 현재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끼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레이더와 영상을 활용한 ‘액티브 스톱(Active Stop)’ 기능을 개발 중이다. 작업기 근처로 접근하는 사람과 차량, 기타 장애물을 AI 기술을 활용해 인지하고 위험 거리 이내에 접근하면 운전자에게 경고하며 비상시에는 건설장비를 즉시 멈출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해 2월에는 삼성물산과 함께 건설 공사 시 성토작업에 쓰이는 불도저, 다짐롤러 등의 중장비 무인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무인 굴착기 시연을 했는데, 당시에도 상용화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이냐는 게 화두였다”며 “무인건설기계는 기술 개발 목표도 달성해야 하지만 관련 제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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