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용 가스료, 원가 80~90% 수준…가스公 차입금 39조
23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는 내달 1일부터 적용될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 여부 및 인상 폭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가스요금은 홀수 달 마다 조정되며, 인상 결정시 실무작업을 거쳐도 7월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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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도시가스 주택용 도매 요금은 MJ(메가줄)당 19.4395원이다. 해당 요금은 원가 80∼90% 수준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을 반영하지 못한 요금이다. 2022년 이후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약 200% 올랐지만 국내 가스요금은 약 43%만 인상됐다.
이로 인해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5000억원에 달한다. 미수금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가스를 공급한 뒤 원가·공급가 차액을 향후 받을 ‘외상값’으로 계산한 금액으로, 사실상 영업손실이다. 빚에 시달리는 가스공사 차입금은 2021년말 26조원에서 2023년말 39조원으로 늘었고, 부채비율도 같은시기 379%에서 483%로 급등했다.
가스공사의 재무상태는 에너지공기업 양대 축인 한국전력공사와도 대비된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및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 등 효과로 작년 3분기 약 2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또 지난해 적자규모도 6조5039억원으로, 2022년(32조9085억원) 대비 27조원 이상 줄였다. 202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 가스공사가 에너지공기업 중 가장 저조한 미흡(D) 등급에 그친 것도 이같은 재무상황의 여파가 크다.
◇ ‘가스료 체감’ 낮은 7월, 인상 적기…인상폭 논의 길어질 듯
가스요금 7월 인상설에 힘에 실린 또다른 이유는 사용량이 가장 낮은 여름에 올려야 물가 체감이 가장 낮기 때문이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 “겨울에 가스 사용량이 많은 국내 수요 패턴상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인한 국민 체감도는 겨울철에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수요가 적은 여름철에 요금을 인상하고 단계적으로 연착륙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전이 최근 3분기(7∼9월) 전기요금을 동결한 이유도 유사한 맥락이다. 냉방기기로 인해 전력 사용이 한해 중 가장 많은 여름철(7~9월)에 인상하면 물가 체감도가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또 2~3월 3%대로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대비)도 4월부터 2%대에서 하향곡선을 그리며 안정세다.
다만 인상률은 부처 간 논의가 길어질 전망이다. 에너지 당국인 산업부는 가스공사의 재무위기 가중을 막기 위해 공급원가 수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반면 물가를 총괄 관리하는 기재부는 가스료 인상이 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인상시기 및 폭을 신중하게 고민 중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당국은 가스요금을 현 국제 에너지 원가수준을 맞춰 한번에 올리기 보다는 분산해 반영할 가능성도 크다. 민수용을 제외한 발전용과 산업용 등 다른 용도 가스 요금은 앞서 단계적으로 현실화해 이미 공급 원가 이상 수준으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