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허가에 대한 법원의 이중 잣대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간 사법부가 사법농단 관련 `제 식구 감싸기`식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보석 허가 결정에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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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는 지난 13일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로 구속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해 조건부로 보석을 허가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는 사문서 위조 및 사모펀드·입시비리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정 교수의 보석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자발찌 찬다는 정경심 구속…임종헌은 서약서 받고 석방
보석 허가를 두고 희비가 엇갈린 두 피고인은 검찰이 제기한 증거인멸 우려를 동일하게 쟁점을 두고 심문이 진행됐던 터, 법원의 다른 판단에 이목이 집중됐다. 검찰은 정 교수 보석과 관련 “수사과정에서 핵심 관계자들을 예외 없이 접촉해 회유하고 압박했다. 또 피고인이 범행 당시 쓰던 동양대 PC 등 디지털 증거 5개에 대한 행방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고위급 실무자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던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가 되면 증인들과 적극적으로 말을 맞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다만 법원은 두 피고인의 보석 허가 결정을 달리하며 태도에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정 교수 측은 전자발찌까지 부착하겠다며 증거인멸 우려 불식에 나섰음에도 법원은 “죄증 인멸의 염려가 있고 보석을 허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는 짧은 이유로 기각했다. 보석을 위해 전자발찌를 부착한 것은 국내에서 그간 단 9건에 불과한 이례적 조건이다. 전자발찌 조건 보석은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전지발찌법’ 개정안에 근거한 것으로, 오는 8월 5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사실상 시범사업 격이다. 시범사업 격 조건까지 내세운 정 교수 측의 호소에도 법원 입장은 단호했다.
반면 임 전 차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보이며 보석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가능성을 염두한 듯 보석 조건으로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 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본인 또는 3자를 통해 재판 관계자 일체 접촉 금지 등의 조건을 달면서도 “10개월 간 격리돼 있는 동안 일부 참고인들은 퇴직해 피고인이 참고인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다소 감소했고, 일부 참고인들은 공범 사건에서 이미 증언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검찰 마저 법원의 엇갈린 판단에 다소 다른 반응을 견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동일하게 구속재판을 주장해 온 검찰이지만, 정 교수 보석 불허에 대해서는 “합당한 결정”이라고 밝히면서도 임 전 차장 보석 허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임종헌 보석 결정 배경엔 여전한 사법부 `제 식구 감싸기`?
설령 법원의 엇갈린 보석 허가 결정이 각 사건의 다른 상황에 따른 판단이라 하더라도 그간 사법부가 사법농단 관련해 줄곧 보여온 관대한 태도를 고려하면 역시나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의혹어린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법원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관련 여러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도 인색해 숱한 논란을 빚었다.
최근에는 신광렬·조의연·성창호·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1심에서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무죄를 선고한 데 더해, 이들을 포함해 사법농단으로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던 현직 판사 8명 중 7명을 재판부로 복귀시켜 논란을 자처하기도 했다.
사법농단 사건의 몸통으로 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물론 이번에 임 전 차장까지 보석으로 석방되면서 처음부터 불구속 기소된 전·현직 법관들을 포함한 총 13명의 사법농단 피고인은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마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