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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로 가출한 부인찾아 난동피운 남편…유죄일까[사랑과전쟁]

전재욱 기자I 2022.09.15 10:24:12

기도하려고 집 떠난 부인 찾으러 교회에서 남편 시위 시작
예배 마치고 나오는 교인과 시비붙어 불안 조성해 재판에
피해자 교인 진술이 유일한 증거라 불충분해 무죄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교회를 다니던 부인이 집을 나갔다. 예배당에 기숙하면서 기도를 올리려고 한다고 했다. 남편은 집 나간 부인을 데리러 교회에 찾아갔다. 번번이 교인에게 제지당해 예배당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남편은 교회 앞에 진을 쳤다. 부인이 바깥출입을 하는 순간을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교회도 부담이라서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일은 더 꼬여갔다. 교회에서는 종교 자유 침해를 들어 남편을 비방했다. 그럴수록 남편은 교회가 사이비라고 비판했다.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갔다. 2015년 7월 어느 주일(主日) 일이 터졌다. 예배를 마치고 교회에서 나오는 교인들과 남편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남편은 길을 막고 고함을 지르며 부인을 찾았다. 부인은 보이지 않았다.

승강이는 금세 몸싸움으로 번질 듯했다. 교회는 경찰에 남편을 신고했다.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하고 나서야 모두가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양측 갈등은 가시지 않았다. 결국, 남편은 형사 입건돼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날 한 교인의 앞길을 가로막아 불안을 조성한 혐의였다.

사건의 주요 증거는 피해자 증언이었다. 당일 남편이 교회를 찾아와서 고성을 지르면서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는 게 요지다. 그 바람에 예배를 마친 교인이 겁을 먹어 피해를 봤다고 했다. 교인 상당수는 오가지 못하고 길에 발이 묶였다고도 했다. 경찰관이 오고 나서도 남편이 길을 비키는 데에 한참이 걸린 것도 사실이다.

남편도 할 말은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장소는 그가 집회 신고를 한 곳이었다. 그날만 그런 게 아니라 부인이 집을 나가고 난 뒤로 이어진 집회였다. 물론 집회 내용은 신고한 취지와 달랐지만, 부인을 회유하려는 목적이 컸다. 그게 교회는 불편했지만, 남편에게는 가정이 달린 일이었다. 사건 피해자가 교인이라는 점도 참작해야 했다. 감정이 틀어진 교회 측 사람이 남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있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1심 법원은 남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호소하고 검찰이 법리 오해를 들어 항소했다.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났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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