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처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서두를수록 한편에서는 앞으로 나타날 지 모르는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과 접종 개시를 앞두고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회의를 열었는데, 이 회의에 참석한 의사들은 백신 접종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백신의 부작용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임상 3상 결과가 공개되며 가장 먼저 허가가 예상되는 화이자는 물론이고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모두 임상 과정에서 고열과 근육통, 오한, 두통, 탈진 등의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실제 모더나 백신 임상3상에 참여한 한 50대 여성은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접종 이후 일에 집중하지 못할 만큼 심한 편두통을 겪었다”고 토로했었다.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모두 1인당 두 차례 접종을 맞아야 하는 만큼 접종 후 부작용이 심할 경우 두 번째 접종을 회피해 면역 효과를 거둘 수 없게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학협회 회원이자 개업의인 샌드라 프라이호퍼 박사는 “백신 접종이 유쾌하면서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릴 필요가 있다”며 “첫 번째 백신 접종 후 상황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두 번째 접종을 위해 다시 병원을 찾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임상 3상과 실제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백신 개발에서 가장 앞서 가고 있는 이들 3개사의 경우 임상3상에 백인이나 고령자 참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한국인과 같은 아시아계나 젊은층이 접종했을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더구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일종의 RNA 백신으로, 지금까지 감염병 예방 백신으로 한 번도 상용화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미 식품의약국(FDA) 역시 부득이하게 긴급사용승인을 허가하면서도 코로나19 백신이 접종되고 난 이후에 엄격하게 (접종자들의) 안전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일반적인 백신 안전성은 1년 이상 검증 보고서를 통해 판단하지만, 긴급사용승인의 경우 두 달치 보고서만 제출하면 된다.
대한백신학회 회장을 지냈던 강진한 가톨릭대 의대 백신바이오연구소장은 “매년 독감 백신을 맞아도 독감에 걸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영구적인 면역이 생기지 않아 재감염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지금처럼 6개월이나 1년 정도 임상으로는 부작용을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며 충분한 부작용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미국과 유럽처럼 코로나19 확산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닌 국내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나 마스크 착용 등 ‘사회적 백신’을 우선 활용하며 화학적 백신 접종을 늦추는 게 더 낫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는 만큼 최악의 대유행까지 가지만 않는다면 방역조치로 버티면서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실시돼 안전성이 어느 정도 입증되고 난 이후 들여와 접종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