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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위기를 겪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기존보다 많습니다. 올해는 창업자들의 멘털(정신건강)을 챙기는 활동에 좀 더 주력하려고 합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창업자들은 스스로 큰 책임을 지고 일하기 때문에 정신건강이 평균적으로 일반 국민보다 훨씬 안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와 분당서울대병원이 처음 발간한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자들의 정신건강 상태는 모든 지표에서 낙제점이었다.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271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창업자 10명 중 2명은 자살 위험성 고위험군에 속해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 수준 이상의 우울을 겪는 창업자는 전국 성인 평균(18.1%)보다 높은 32.5%(88명)였다. 3명 중 1명꼴이다. 불안을 느끼는 비율도 20.3%(55명)로 전국 성인 평균(8%)을 웃돌았다. 또 여성 창업자가 남성에 비해 자살 위험성과 스트레스 수준이 높았다. 창업자들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는 것은 ‘자금 압박·투자 유치(44.6%)’였다.
창업자의 정신건강은 개인의 삶은 물론 기업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지만, 정작 이와 관련된 도움을 받는 창업자는 많지 않다. 도움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시간을 내기 어렵단 이유다. 나약한 사람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두려움도 거리를 두게 만드는 원인이다.
이에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창업자들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활동을 정부, 스타트업 지원기관들과 논의 중이다. 최 대표는 “창업자들이 육체적 건강만큼 정신건강도 챙겨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전문적인 도움을 주거나 드러내서 해결하는 것을 저희가 하면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피보팅(pivoting·사업 방향 전환) 등 위기 상황에 놓인 스타트업을 돕는 방법을 알려주는 전문가를 매칭시켜주는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모든 스타트업이 다 성공할 수는 없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사업을 잘 정리하거나 피보팅하는 부분들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의외로 폐업, 재창업, 구조조정 등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대표는 “로톡(법률), 삼쩜삼(세무), 강남언니(의료) 등 전문직과 갈등을 겪는 스타트업 문제도 해결해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지난달 26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와 오수환 엠디스퀘어 대표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장에 선임하기도 했다. 원격의료, 디지털헬스케어는 핀테크, 바이오와 함께 시장 전망이 밝은 분야로 꼽힌다. 현재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ICT 규제 샌드박스 원스톱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사업 추진을 위해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주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