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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도이체벨레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이날 0시를 기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엠스란트, 네카베스트하임2, 이자르2 등 원전 3곳을 영구정지했다. 이로써 독일 내 모든 원전이 가동을 멈추게 됐다. 1961년 첫 원전인 칼 원전 가동 이후 62여년 만이다.
독일에선 1986년 체르노빌 사고 후 처음으로 탈원전 논의가 시작됐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이끌던 중도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과 친기업성향의 자유민주당(FDP) 연립정부가 2022년 말까지 탈원전에 합의했다.
독일의 움직임은 프랑스, 영국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이 원전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원전을 늘리고 있다. 탄소제로 목표 달성과 더불어 에너지 주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원전 발전량은 EU 전체 생산 전력의 25.2%를 차지한다.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13개국이 총 103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56기는 프랑스가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원전 친화적인 국가로 국내 발전량의 70%를 원전이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는 원전을 핵심축으로 삼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2035년까지 원전 6기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영국도 원전 확대로 돌아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만 해도 2030년까지 원전을 1개만 남기고 폐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은 이후 정책을 뒤집었다. 영국의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은 지난달 현재 15%인 원전 발전 비중을 2050년까지 25%로 상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벨기에 역시 2003년 탈원전을 선언하고 2025년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원전을 10년 더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불가리아, 체코, 핀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등이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독일과 더불어 오스트리아, 벨기에, 에스토니아, 덴마크, 아일랜드,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은 여전히 원전에 반대하고 있다.
AP통신은 독일이 끝내 탈원전을 이뤄낸 것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확대하고 탈원전 기조가 약화한 상황에서 이례적 행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