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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매우 작은 생물을 뜻한다. 미생물은 영어로 ‘microorganism’이다. 여기서 마이크로란 미터법에 의한 길이의 단위인 마이크로미터(㎛)를 뜻한다. 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다. 그 만큼 작다는 얘기다.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세균(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등이 모두 미생물이다. 병원균으로 너무나 잘 알려져 모두 음침하고 부정적인 이미지의 단어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다시 감마선 얘기로 돌아가 보자. 지난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승엽 박사팀이 미생물을 이용해 방사성 세슘을 효과적으로 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를 한 원전 관련 기업에 이전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방사능 오염수와 원전 해체 폐기물에 포함된 방사성 세슘을 저렴하고 쉽게 분리·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세슘은 강력한 감마선(파장이 극히 짧고 에너지가 큰 빛)을 내뿜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건강에 가장 위협적인 물질로 보고됐다. 일반적으로 세슘은 화학적으로 침전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어 기존에는 흡착제를 이용한 방식을 주로 사용했지만 여러 문제가 야기됐다. 이 박사팀은 땅 속에서 채취한 미생물인 황산염 환원 박테리아 중에서 방사선에 강한 종을 선별해 배양한 뒤 황산이온과 함께 방사능 오염수에 넣었다. 이후 생물학적 황화반응을 거쳐 세슘 이온을 단단한 크리스탈 결정체인 ‘파우토바이트’(CsFe2S3) 형태로 만들어 침전시켰다. 그 결과 물속 방사성 세슘을 99% 이상 제거하고, 악조건인 해수에서도 최소 96% 이상 세슘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폐플라스틱 분해에도 미생물이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영국 런던 큐 왕립식물원의 보고서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발견된 곰팡이 ‘아스페르길루스 튜빙센시스’는 플라스틱을 부식시키는 데 채 한 달이 걸리지 않는다고 지난달 CNN이 보도했다. 이 곰팡이는 자동차 타이어나 합성 가죽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인 폴리에스테르와 폴리우레탄을 부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 상태에서 플라스틱이 분해되기까지는 종류에 따라 20~600년이 걸리는 만큼 이 곰팡이가 실제 대안이 될 수 있다면 인류는 폐플라스틱 문제로 인한 시름을 크게 덜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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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다양하며 돌연변이를 통한 환경 적응 능력도 매우 뛰어나다. 문제가 있는 장소에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생물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그 응용가치는 때로 매우 귀중하다. 인류보다 30억 년을 앞서 지구에 태어나 기나긴 세월을 견디며 다양하게 진화해 온 미생물에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숨어 있다.
푸른곰팡이를 배양해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를 만든 인간은 이제 의약품 뿐만 아니라 각종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미생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손자병법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미생물의 유익한 점을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미생물은 인류에게 병을 옮기는 위험한 것이 아닌 크나큰 혜택을 가져다 줄 금광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움말=문원식 과학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