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직장인 박모(30)씨는 올해 연봉이 작년보다 4%가량 오를 예정이라고 지난해 말 회사에서 통보 받았다. 박씨는 “올해 여름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돈 들어갈 곳도 많다”며 “7~10%는 올라야 본전일 것 같은데 주변을 보면 ‘3%도 감지덕지’라는 반응도 있어 올해 참 어렵겠다 싶다”고 한숨 지었다.
|
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새해를 맞아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새해 소망, 정부 노동 정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92.3%가 “물가 인상으로 인해 사실상 임금이 감소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에 걸쳐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물가 인상으로 인해 사실상 임금이 줄어들었다’에 ‘매우 동의한다’는 답변을 한 비율은 54.6%, ‘동의하는 편’이라는 답변율은 37.7%로 10명 중 9명의 직장인들은 올해 연봉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23년 새해 소망’을 묻자 78%의 직장인은 ‘임금(연봉) 인상’이라고 답변하며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크게 오른 물가를 고려하면 임금 인상은 절실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7.5%) 이후 24년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지하철·버스에 택시요금 등도 일제히 오르며 부담이 되고 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상황이지만 올해 주머니 사정만 생각하면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직장인 A씨는 “연봉계약서상의 날짜는 1월이고, 실제 서명은 올 3월은 되어서야 하는데, 임의로 가장 낮은 상승률을 적용 후 실질적인 협상 없이 그냥 서명을 하게 하는 구조라서 결국은 회사 마음”이라고 임금계약 구조를 비판하기도 했다.
직장인들은 고물가 속 임금에 대한 우려뿐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에 관해서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5%에 그쳐 시간당 9620원으로 책정됐고, 정부는 ‘주52시간제 유연화’를 통해 최대 노동시간을 주당 90시간까지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양대 노총에선 ‘과로사 촉진법’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직장갑질 119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직장인 78%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에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를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평균은 42점, 학점으로 따지면 ‘F’에 해당하는 등급을 부여했다. 특히 비정규직과 여성(85%),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80%)등 일터 내 취약한 환경의 노동자들은 더욱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가 실질적인 임금 인상과 노동 시간 단축 등 전향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경 직장갑질 119 노무사는 “10명 중 8명의 직장인들이 정부의 노동정책이 잘못됐다고 평가하고 있는 셈”이라며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