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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네트웍스도 꼬여만가는 中 사업..최태원 회장 '깊은 한숨'

성문재 기자I 2017.03.31 06:00:00

SK케미칼 중국 판매법인 설립 잠정 보류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중국 법인 타격 커"
SK이노베이션·종합화학 등도 현지사업 난항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SK그룹의 중국 현지 사업 강화 계획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한중 관계 악화가 직간접적으로 발목을 잡으며 10년 넘게 추진해온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3개월 넘게 출국금지에 묶여 있어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를 해결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화학·제약 계열사 SK케미칼(006120)은 작년말부터 중국 현지 판매법인 설립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작업을 중단했다. 법인 설립과 관련해 현지 법무법인과 맺었던 컨설팅계약도 해지했다.

SK케미칼 측은 “현지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진출 시기를 잠정보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현재 중국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오는 5월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중국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지켜보자는 차원으로 해석했다.

SK케미칼은 그동안 중국내 현지 판매법인 설립에 공들여 왔다. 연간 수출의 30% 정도를 중국과 거래하고 있어 중국에 판매법인을 설립할 경우 중국내 거래처 관리는 물론 신규 고객 유치 등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계속 줄고 있는 화학제품 수출 실적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중국의 소득수준이 개선되고 환경호르몬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범용 플라스틱보다 친환경 소재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SK케미칼이 강점을 갖고 있는 친환경 플라스틱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SK케미칼이 현지 판매법인 설립을 잠정 보류하면서 수출 확대 속도는 늦춰지게 됐다. 중국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은 현재 SK케미칼과 미국 이스트만이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아쉽다는 평가다.

SK케미칼의 화학사업 수출 실적 추이(단위: 억원, 자료: SK케미칼)
*2016년은 1~3분기 누적
종합상사 계열사인 SK네트웍스(001740)도 중국에서 거래 성사가 예전보다 까다로워지면서 난감한 상황이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30일 기자와 만나 “우리도 (사드 배치로 인한 양국 관계 경색으로) 타격이 크다”며 “중국 현지 법인들의 영업활동에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의 30여개 해외 지사 및 법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상하이, 광저우, 선양, 단둥, 자싱, 샤먼 등에 거점을 두고 철강제품가공 및 판매, 석유류 도소매, 무역, 물류, 운수, 부동산 개발, 아스콘 판매 등 광범위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앞서 에너지부문 대표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의 중국 전기차배터리 팩(Pack) 생산공장은 올초 가동을 멈췄다. 중국 정부의 배터리 보조금 축소에 따라 주문량이 줄면서 생산 감축을 검토해오던 터였다.

기업 인수합병(M&A)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화학회사 상하이세코 지분 50% 인수전에 뛰어든 SK종합화학은 스페인 이네오스와 함께 최종 후보까지 올라가 최종 결정권자인 중국 시노펙(Sinopec)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 정부간 관계가 경색되면서 자칫 결과가 뒤바뀔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상하이세코는 영국 BP(지분 50%)와 시노펙(30%), 상하이석화공사(20%)간 합작법인으로 이 가운데 BP가 지분을 매물로 내놨다. 이미 SK그룹은 시노펙과의 합작법인 ‘중한석화’를 통해 시너지를 증명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작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왕위푸(王玉普) 시노펙 동사장을 만난 양사간 사업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 26~29일 개최된 중국 보아오포럼에는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대신 참석해 중국 고위 당국자와 현지 파트너사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정치적 문제가 엮인 사드 이슈는 기업의 다양한 변수를 만들수 있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의 중국내 주요 종속회사 현황(자료: SK네트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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