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초(超)의 시대…'창조국방' 넘어 '스마트국방'으로

김관용 기자I 2019.03.17 12:11:4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다변화된 안보환경 속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군의 과학화와 첨단화는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해 말 2019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강조한 내용입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국방 분야 적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 뿐만 아니라 육·해·공군은 4차 산업혁명 적용 과제 발굴에 몰두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통한 ‘스마트 국방’ 목표

18세기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 기반의 기계화 혁명이었다면, 19~20세기는 전기 에너지 기반의 2차 산업혁명 시대입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시기입니다.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 지금을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부릅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돼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으로 2차 정보혁명 시대로 평가됩니다.

이같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은 소위 ‘I·C·B·M’이라 일컫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등입니다. 여기에 보안(Security)도 추가해 ‘I·C·B·M·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들 기술의 집합체인 인공지능(AI)과 가상·증강현실(VR·AR)·블록체인·드론 등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이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캠페인 ‘초시대, 생활이 되다’ 영상 화면. ‘초의 시대’는 초융합·초연결·초지능을 통해 통신 네트워크 진화나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세상 모두의 생활을 바꿀 거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출처=SKT]
이같은 기술은 초융합·초연결·초지능으로 대표되는 ‘초(超)의 시대’를 만들어 갑니다. 기존의 융합·연결·지능화를 뛰어 넘는 혁신의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이같은 4차산업혁명 시대 국방은 어떤 모습일까요.

ICT를 활용한 국방의 모습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엔 ‘네트워크 중심 작전환경(NCOE)’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지휘·통제·통신·정보를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전산화함으로써 지휘관이 실시간 작전대응능력을 갖도록 지원하는 C4I 체계 구축이 핵심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들어서는 이른바 ‘창조국방’이 화두였습니다. 창의성과 첨단 ICT를 국방 업무에 융합해 문제를 해결하고 고도화를 실현한다는 목표였습니다.

이에 더 나아가 현 문재인 정부가 꿈꾸는 국방은 ‘스마트 국방’입니다. 융합과 연결을 통한 지능화가 핵심입니다. 각종 무기체계와 국방 시스템들을 초고속으로 연결하고 수많은 곳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융·복합해 국방운영과 전장의 지능화를 도모한다는 얘기입니다.

◇4차 산업혁명, 아직은 ‘마케팅 용어’ 수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수준으로는 스마트 국방을 실현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선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정확한 데이터가 쌓여 있어야 하는데 데이터 신뢰도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 활용도가 높은 군수 분야의 데이터 신뢰 수준도 60~70% 정도라고 합니다. 정확한 데이터가 쌓여있지 않으면 이를 통한 통계는 엉터리가 되고 통찰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현재 각종 무기체계에서 쏟아지는 센서 데이터들과 각 조직에서 실시간 생성되는 로그 데이터 등을 모으고 이를 융·복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 정형화 된 데이터 뿐만 아니라 데이터 구조가 일정치 않은 ‘반정형 데이터’, 그리고 연산이 불가능하고 형태도 없는 ‘비정형 데이터’ 모두를 처리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모습은 과거 데이터웨어하우스(DW)에서 처리하는 ‘데이터 마이닝’ 수준입니다. 유용한 상관관계를 발견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정도이지 새로운 통찰력을 발굴하는 빅데이터 활용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수기로 문서를 생산하는 분야도 여전히 존재하는 등 아직 정보화도 완전하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지난 1월 24~26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2019 드론쇼 코리아에서 육군 홍보전시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증강현실(AR)을 적용한 드론조종훈련 시뮬레이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육군]
컴퓨팅 환경 역시 보안 등의 문제로 클라우드 기술은 도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를 제외한 정부부처 정보시스템을 통합 운영하고 있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옛 정부통합전산센터)이 벌써 ‘G-클라우드’ 등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됩니다. 네트워크 부분도 민간은 벌써 LTE를 넘어 5세대 이동통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군은 여전히 유선 네트워크 중심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의 모션 인식 수준의 기술을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로 고도화 하기도 어렵고, 사물인터넷(IoT) 기술 적용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드론을 활용한 전장의 가시화도 되려 전차 조준경으로 보는게 더 낫다는 지적이 있어 아직 갈길이 멀어보입니다. 국방부가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고 있어도 마케팅이나 홍보 용어로만 느껴질 뿐 잘 와닿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 32개 추진…‘국방개혁 2.0’에도 적용

그러나 첨단화 되고 있는 미래 전장 환경과 병력 감소 공백 등을 감안하면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에 국방부는 3차 산업혁명 기술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함께 도입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꺼번에 디자인해 일괄적으로 추진한다는 전략입니다. 군수 분야 수리부속 업무의 경우에는 벌써 인공지능(AI) 기술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을 적용하고 있지만, 어떤 업무에선 아직 전산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입니다.

3D 인체 스캐닝 기술을 활용한 가상 피팅서비스 구현 모습 [사진=국방부]
실제로 국방부는 기술 성숙도와 사용자 요구(전력부합성)를 분석해 우선 전력 체계를 제외한 4차 산업혁명 적용 사업을 선정했습니다. 무선보안시스템 구축 등 각 분야 32개 사업입니다. 국방중기계획 예산에 반영해 이를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현 정부들어 수립한 ‘국방개혁 2.0’의 42개 추진과제에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직접 적용하는 과제 11개, 간접 적용 과제 13개로 국방개혁 2.0의 전체 과제 중 57%가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으로 추진됩니다.

특히 국방부는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을 위한 조직 기반인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단’을 만들었습니다. 국방부 차관을 단장으로 국방운영, 기술·기반, 전력체계 등 3개의 혁신팀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방위사업청 및 관련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국·과장급 30여명이 참여합니다. 한시적 테스크포스팀(TFT) 형태지만, 안정적 사업 추진을 위해 향후 상설 조직화 한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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