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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랠리 못 미덥나…돌다리도 두드리는 펀드 투자자들

최정희 기자I 2017.05.17 06:25:00

올 들어 주식형 펀드 4.6조 순유출
채권형 펀드는 4월부터 순유입 전환..`주가하락 베팅` 펀드 2700억 유입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23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장기 박스권(1800~2100선)을 탈출하면서 대세 상승장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펀드 투자자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식형펀드는 내다팔고 채권형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기댄 뱅크론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심지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형태의 펀드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 주식형펀드 돈 빼서 채권형으로 간다

17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무려 4조630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지난해 전체 자금 유출액(7조9400억원)의 절반 이상이 빠져나간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23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음에도 이달에만 5200억원이 빠졌다. 펀드별로는 이 기간중 신영밸류고배당자펀드에서 6300억원 자금이 빠져나가 최대 유출을 기록했고 한국투자네비게이터1펀드도 2900억원이 해지됐다. 한국밸류10년투자, KB밸류포커스펀드도 각각 2000억원, 1600억원씩 빠졌다.

이들 펀드는 올 들어 수익률이 오르면서 차익실현 차원에서 환매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신영밸류고배당자펀드는 최근 6개월 수익률이 14.47%이고, 네비게이터펀드는 13.39%를 보였다. 한국밸류10년투자와 KB밸류포커스 펀드는 각각 8.24%, 7.84%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코스피 박스권이 뚫린 상황이긴 하지만 향후 지수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지켜보자는 경향이 강하다”며 “아직까지 투자자들은 박스권 장세에서 저점에 사고 고점에 파는 패턴이 익숙하다”고 말했다.

실제 채권형펀드로는 지난 4월부터 12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달 들어서도 63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개별 펀드로 보더라도 올 들어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펀드는 유진챔피언단기채자펀드로 6400억원이 순유입됐다. AB글로벌고수익펀드와 동양단기채권 펀드로는 각각 3500억원, 1500억원이 유입됐다.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과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특별자산펀드에는 각각 4800억원씩 자금이 유입됐다. 주식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콜옵션 매도를 해 주가 하락시에 손실 위험을 낮춘 신한BNPP커버드콜펀드에도 48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강세장임에도 주가 하락에 베팅한 펀드로 27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실제 KB스타코리아리버스인덱스 펀드에 1400억원이 유입됐다. 투자처를 못 찾은 유동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는 무려 27조73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펀드 불신, ‘안전한 게 좋다’..“일부 변화 조짐도”

경기 회복 기대에도 펀드시장에서 여전히 안전자산을 찾는 것은 글로벌 흐름과는 상반된다. 신흥국 경기회복 기대감에 이머징마켓 주식형 펀드로는 8주 연속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를 겪고 5년 정도 지나면 보통 투자심리가 회복되는데 국내 투자자들은 위기가 훨씬 지난 2015~2016년에도 MMF, 채권형펀드 등 유동성 자산으로 자금이 몰렸고 지금도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만약 이때 주식형 펀드로 자금을 옮겼다면 주식 상승의 수혜를 볼 수 있었는데 이 기회를 놓쳤다. 현재는 지수가 너무 높아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자금 유입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미묘한 변화가 관찰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환매 규모가 워낙 커 순유출은 지속되고 있으나 유입으로만 보면 1월말 1000억~1500억원이던 주간 자금 유입 규모가 3월 중순 이후로는 2000억원 이상으로 커졌다”며 “일부는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올해는 펀드 환매 극복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경제주체의 경기 회복 시각 변화 등과 맞물려 코스피 2300선 마디 지수대 돌파 이후 펀드 환매 압력의 추세적 완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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