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팬데믹과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김현아 기자I 2020.03.31 08:01:30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 기고문
확진자 개인정보 프라이버시도 중요한 가치
확진자 동선 공개 기준 마련 시 디테일한 분석 있어야
위기 상황에서도 개인정보 프라이버시와 균형감 필요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결정적 위기의 순간에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본질적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을 하는가에 따라 삶의 질과 국가의 격이 좌우된다. 어쩌면 이미 그 답은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아왔던 역사적 산물일 수도 있고, 문화의 산물이자, 현 시대를 살고있는 사람들의 가치관의 총합일 수도 있다. 특히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배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름으로 인해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달라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의 모든 국가와 사람들에게 개인정보나 프라이버시에 대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의 본질적 가치인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개인정보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하여 사람들이나 국가는 서로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국가마다 개인정보 처리 수준 달라

팬데믹 상황에서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자체에 대한 관심을 전혀 두지 않는 경우도 있고, 관심을 두더라도 팬데믹 억제에 초점을 맞추어 국민들에게 최대한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그대로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또 팬데믹 상황에서도 개인정보 프라이버시와의 법익의 균형을 위하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일부 정보만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정보 프라이버시를 더 중요하게 판단해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등 개인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조심할 수밖에 없고, 감염과 관련된 아주 작은 정보라도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확진자 동선에 대한 상세한 공개는 불가피한 것처럼 보였다.

확진자 개인정보 프라이버시도 중요한 가치

반면 공개된 동선 속에 있던 사람들이나 그 동선으로인한 확진자의 개인정보 프라이버시도 우리 사회가 지켜온 중요한 본질적 가치임에는 틀림이 없다. 팬데믹 상황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 프라이버시를 가볍게 여길 수 있다면, 우리는 또 다른 ‘위급한 상황’에서 힘들게 지켜왔던 개인정보 프라이버시를 언제든 외면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본질적 가치가 훼손되면 그것을 되살리기까지 너무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것을 인류의 역사에서 수없이 목격했고, 우리의 근현대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정보 프라이버시는 무조건 보호해야 할 절대적 가치는 아니지만,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확진자 동선 공개 기준 마련 시 디테일한 분석 있어야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개인정보 프라이버시의 가치를 찾아내고 국민들의 생명·신체의 안전과의 조화를 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뒤늦게라도 정부가 확진자 동선 정보 공개와 관련한 기준을 만든 것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동선 정보 공개의 기준은 어느 정도의 정보 공개가 역학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검토한 바탕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야 한다. 의학적·과학적 분석뿐만 아니라 동선 공개가 가져올 사람들의 행위 태양의 변화 등 다양한 맥락에서의 디테일한 분석도 뒤따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위급 상황에서 항상 그 반대편에 있는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와 같은 본질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반작용 프로세스를 기본값으로 설정하여 기본적 자유와 권리 같은 본질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개인정보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정보 공개 기준은 비식별 혹은 가명처리의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디테일한 분석이나 반작용 프로세스 등을 통하여 도출된 합리적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도 개인정보 프라이버시와 균형감 필요

우리 국민들은 위기의 순간에 단합하고 희생하면서 위기를 극복해왔다. 그러나 팬데믹이라는 위기는 개인정보 프라이버시에 대한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부의 희생은 불가피할 수 있고, 그것은 개인정보 프라이버시의 제한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이든 그렇지 않은 평상적인 상황이든 한결같이 보장되어야 할 본질적 가치를 인식하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하며, 본질적 가치를 보호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갈 수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우리는 코로나19를 극복하면서 팬데믹 상황에서의 개인정보 프라이버시와의 균형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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