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성만? 여성 '유방축소술'도 의료보험 적용하라"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같은 가슴인데 왜 남자만 되나요”. 여성의 유방축소술에도 의료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의 유방축소술은 미용 목적이 아닌 의료 목적이며, 의료 보험 적용이 필요한 수술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먼저 청원인은 “평소 큰 가슴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1월 유방축소술을 받았다”며 “그런데 보험사에서 ‘여성 유방축소술은 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이라 의료보험 적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유방을 받치기 위해 브래지어 착용 시 신체 대비 과다한 무게로 어깨가 짓눌려 만성 어깨 결림에 시달렸다”며 “거대 유방으로 허리 디스크 외 척추의 비틀림, 라운드 숄더 유발, 신경통, 유방이 무거워 아래로 쳐져 살과 마찰을 일으켜 여름을 비롯한 시기에 땀이 차 살이 짓눌리는 등 신체적인 고통을 겪는다”고 했다.

청원인은 또 “유방의 비대로 큰 가슴을 향한 언어적, 시선 성희롱 등 트라우마를 유발하여 심리적 고통을 동반한다”며 “실제 저는 사춘기 시절 큰 가슴을 감추고자 구부정한 자세로 다녔으며 큰 가슴을 가릴 수 있는 큰 옷만을 찾기도 했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유방축소술은 위의 나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의료 목적을 가지고 신체 상태를 개선하고자 유방축소술(가슴축소수술)을 결심하지만 작게는 700만 원부터 1000만 원까지 거액을 지불해야만 할 수 있는 수술로 금액적 한계에 부딪혀 포기한다고 했다.

청원인은 “저는 결국 신체적 및 정신적 고통이 커 수술을 실시했고 약 10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들여 유방의 일부(유선)를 절제했다”며 “이 수술이 치료 목적이라는 진단서와 가슴 통증으로 인해 발병하는 정형외과적 문제와 관련해 치료를 받았다. 이 문제가 유방의 비대와 관련이 있다는 정형외과 의사의 소견서도 함께 첨부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는 유방축소술이 미용 목적이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방 축소술은 수술 후 유두 괴사와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며 대량의 유선과 피부 조직을 제거한 뒤 남은 조직을 다시 재구성하는 위험 부담이 높은 수술이다. 청원인은 이 수술 후 함몰유두 증상이 심해졌으며, 미혼 여성임에도 유두 및 가슴에 절개 자국이 남았다고 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청원인은 “이런 위험 부담을 떠안고 상처 자국과 미혼 여성으로 추후 생길 출산 후 수유가 어렵다는 문제점에도 수술한 지금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며 “이 수술로 개선된 신체 통증이 너무나도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성의 여유증은 여성의 유방비대와 같은 한국표준질병 분류번호 N62를 사용한다. 하지만 남성 여유증은 조건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며 “같은 질병 코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왜 여성의 유방의 비대, 유방의 장애(N62)는 건강보험 적용이 불가능한가요”라고 질문했다.

실제 남성의 여유증(여성형 유방) 수술은 2018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다만, 여성의 유방축소술은 미용수술로 분류돼 건강보험 뿐만아니라 민간실비보험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청원은인은 “반드시 여성의 유방축소술은 의료 보험이 적용되어야 한다. 최소 법정비급여로 인정받는 것부터 시작하여 의료 보험 보장 내역으로 확정돼야 한다”며 “많은 여성들이 유방의 비대로 인하여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의료현장에서는 치료목적의 가슴축소술이 인정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제시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체격과 크기 등 적응증에 대한 연구가 먼저 필요하고, 사회적 논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