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고등훈련기인 T-50 골든이글의 국내 개발로 우리 공군은 국산 전투기 시대를 열게 됐다. T-50을 실제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한 FA-50 파이팅이글 덕분이다. 2016년까지 공군에 배치된 FA-50 전투기는 필리핀과 이라크 등에 수출되며 한국의 항공기술력을 입증했다. 현재 우리 군과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FA-50의 기본 모델인 T-50을 개조해 미국 고등훈련기 수출에도 도전하고 있다.
◇국산 공군전투기 FA-50 편대, 2018년 첫 하늘 열어
국산 FA-50 전투기 편대가 2018년 새해 영공수호를 다짐했다. 기자는 새해 첫 초계비행에 나서는 203전투비행대대 FA-50 편대를 동행 취재하기 위해 원주 공군비행단을 찾았다. 전투기 탑승을 위해 미리 항공생리훈련도 받았다.
새벽 5시 30분 대대에 도착해 임무 브리핑 후 장비를 착용했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중력 가속도를 이기는 지슈트(G-suit)를 입는다. 공중 교전이나 기동 시 조종사들은 몸무게의 7~9배나 되는 높은 중력을 극복해야 하는데, 지슈트가 고통을 어느 정도 경감시켜 준다. 지슈트를 입고 비상상황에 대비한 낙하산 뭉치까지 양 어깨에 매니 진짜 전투기 조종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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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FA-50 편대는 언제 어디서 있을지 모를 적의 공중도발에 대비해 ‘사이드 와인더’ 등을 실제로 무장하고 전투 초계 임무에 나섰다. FA-50은 공대공 무기 뿐 아니라 지하에 구축된 미사일 및 장사정포 진지를 파괴하는 합동정밀직격탄(JDAM)과 지상의 전차 등을 격파하는 정밀유도확산탄(SFW) 등을 탑재할 수 있다. 최대이륙중량은 13.5톤으로 11.2톤인 F-5 제공호 보다 약간 크고, 21.7톤인 KF-16보다는 작은 규모다.
◇동부전선 MDL 인근까지 초계임무 수행
“강릉까지 빠르게 이동한다”는 편대장의 지시에 따라 5대의 FA-50 편대는 ‘애프터 버너’(After Burner)를 가동해 시속 1000km가 넘는 속도로 기동했다. 원주에서 이륙한지 채 7분도 안돼 강릉 앞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내 저 멀리 동쪽 하늘에서 붉은 태양이 장엄하게 떠올랐다. 전방석에 탄 김광민 소령(공사55기)이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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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희망찬 새해를 다짐하고 기동을 펼친 편대는 전방지역을 향해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군사분계선(MDL) 인근까지 비행했다. 태백산 상공에서 바라본 백두대간의 장관은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러나 감탄도 잠시, 7000피트(ft·약 2.1km) 이상의 높이에서 비행하던 항공기가 4000피트(약 1.2km)로 내려오자 고막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왔다. 기압 변화로 귀안이 팽창한 때문이다. 게다가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항공기 날개가 부러질듯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형용키 어려운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와 우리 선수들의 선전 기원
기수를 다시 남쪽으로 돌린 전투기들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우리나라에서 30년 만에 올림픽이 개최되는 평창 알펜시아 경기장 상공에 다다랐다. 개막식이 열릴 오각형 모양의 올림픽 스타디움 왼편으로 스키점프 경기장이 보였다. 이곳에서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모델인 최흥철·김현기·최서우 선수가 1995년 태극마크를 단 이후 6번째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또 아래로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가 보였다. 여기에선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윤성빈 선수는 스켈레톤 세계 랭킹 1위로 이 종목에서 금메달 획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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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30여분 간의 초계 임무를 마친 편대는 편대장의 RTB(기지복귀) 명령이 떨어지자 착륙 준비를 했다. 활주로가 가까워지자 전방 조종사가 계속해서 항공기 속도와 고도를 보고했다. 뒷바퀴가 먼저 착륙 이후 얼마간을 질주하다 앞바퀴가 땅에 닿았다. 민간 여객기 보다 가벼운 탓인지 착륙시 큰 충격은 없었다.
이날 초계비행 임무를 완수한 편대장 이현석 소령(공사 51기)은 “공군은 완벽한 영공방위태세로 평창 동계올림픽이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면서 “국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며 새해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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