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유리컵 속 금붕어와 눈이 마주치다…김영성 '무.생.물'

오현주 기자I 2022.08.27 15:00:00

2020년 작
살아 있는 생명체 그대로 담아낸 극사실주의
세상에서 힘쓰지 못하는 작은 모델을 데려다
생명 극대화하려 작가 기량 극대화한 눈속임

김영성 ‘무.생.물’(無.生.物·2020)(사진=갤러리BK)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투명한 저것은 물방울이 아니다. 유리컵이다. 서 있지도 매달려 있지도 않은 컵의 매직쇼쯤 되려나. 하지만 신기한 일은 갈수록 정교해진다. 부유하는 컵, 그 안에 부유하는 어떤 생명체와 눈이 마주쳤다면 말이다.

사실인지 환상인지, 보고도 확신할 수 없는 이 장면에 굳이 참·거짓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렇다, ‘거짓’이다. 상황의 거짓이 아니라 존재의 거짓. 다시 말해 사실처럼, 아니 사실보다 더 선명하게 박아낸 눈속임인 거다. 그저 물감을 묻힌 붓으로 말이다.

작가 김영성(49)은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도 하는 극사실주의 회화작업을 한다. 그냥 ‘똑같이 그린다’와는 차원이 다르다. 생명체를 살아 있는 그대로 담아내니까. 개구리·달팽이·장수벌레·금붕어 등 작가는 세상에서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는 모델을 즐겨 데려다놓는데, 이 작은 생명을 극대화하려 작가의 기량을 극대화한다고 할까. 굳이 왜? “그래야 저들을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을 테니까”란다. ‘무.생.물’(無.生.物·2020)은 그 집요한 눈속임 중 한 점일 뿐이다.

9월 1일까지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갤러리BK서 김시현·도진욱·두민·서유라·이흠과 여는 6인 기획전 ‘트롱프뢰유, 현실과 교차하다’(Trompe l’oeil-Crisscross into Reality)에서 볼 수 있다. 트롱프뢰유는 ‘눈속임 기법’이란 뜻의 프랑스어. 타이틀대로 세상을 멈춰낸 듯 현실로 착각하게 하는 극단적인 사실묘사 작품을 걸었다. 캔버스에 오일. 138×138㎝. 갤러리B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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