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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에서도 마찬가지고 유튜브에서 신생아 목욕법을 검색하면 공통된 노하우가 있다. 아이가 감기에 걸릴 수도 있으니 얼굴부터 머리, 몸 순으로 씻기라는 거다. 순서 마다 반드시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해주라고도 조언한다. 또 목욕 전 10~20분가량 집을 따뜻하게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이의 체온 유지를 위해 얼굴을 씻을 때는 속싸개로 싼 다음 아이를 들어 한 쪽 옆구리에 끼고 물로 천천히 닦아준다. 이후 머리를 감기고, 속싸개를 벗긴 뒤 물 온도를 38~37°C로 맞춘 욕조에 아이를 담근다. 이때 아이가 놀랄 수도 있으니 발부터 담그고, 심장 쪽에 물을 뿌리면서 몸 전체를 담가야 한다.
조리원 퇴소 후 첫 목욕, 우리는 몇 차례 시물레이션을 한 뒤 이대로 따라 했다. 하지만 얼굴을 닦을 때부터 아이는 자지러졌다. 단순히 이마에 물만 닿았을 뿐인데도 울기 시작하더니 눈을 닦을 때는 울다가 사레들려 숨을 꺽꺽대기도 했다. 첫 번째 시도는 얼굴만 닦고 끝낼 수밖에 없었다. 다음 시도에서는 난방기구까지 틀어 따뜻하게 했으나 역시 얼굴 단계에서 울음이 터졌다. 결국 우리는 아이가 울어도 그냥 씻기기로 했다. 목욕 시간 내내 아이의 강성 울음을 듣고 있으니 목욕이 끝난 뒤에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나와 아내 둘 다 혼 빠진 채로 의자에 걸터앉았다.
몇 번 반복해 보니 아이가 얼굴과 머리를 닦을 때는 우는데 막상 욕조에 들어가면 울음이 잦아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라리 순서를 바꿔보기로 했다. 욕조에 넣을 때도 추울 수 있으니 옷을 입힌 채로 담갔다. 욕조에 담근 뒤 그때 옷을 벗기고, 몸을 먼저 씻겼다. 이후 두 개의 바가지에 따로 받아둔 물을 갖고 머리, 얼굴 순으로 목욕을 진행했다. 물론 머리를 감길 때 찡찡대면서 울기는 했으나 울음의 강도는 확 줄었다. 이때 얼마나 뿌듯하고 성취감이 들었는지 모른다.
◇아이가 물과 친숙하게…‘수영장 목욕’ 신의 한수로 작용
순서를 바꾼 뒤 아이가 목욕할 때 자지러지게 울진 않지만, 아예 그친 건 아니었다. 이 무렵 아내가 ‘우리도 수영장을 사서 신생아 수영을 시켜보자’고 제안했다. 신생아들은 물속에 있으면 양수에 떠다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운동의 효과도 있고, 숙면에 좋다고도 한다.
아이가 엄청나게 울 줄 알았는데, 수영을 시켜보니 정말 편안해했다. 첫날에는 울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이게 웬걸 얼마나 편했으면 아이는 수영 중에 잠이 들었다. 수영장에서 아이가 편안해하니 차라리 수영을 좀 시키고 그 물로 목욕을 해보기로 했다. 수영장을 욕조 대신 쓰기로 한 거다. 결과는 대성공. 아이가 몇 번 찡찡대기는 했지만 몸, 머리, 얼굴 순으로 씻겼는데 울지 않았다. 얼굴을 닦을 때도 울지 않은 건 처음이었다.
수영과 목욕을 병행하길 3~4번가량 한 뒤 ‘수영장 목욕’은 그만하기로 했다. 수영장에 들어가는 물이 최대 300L라 준비하는 과정도 길고, 과도한 물 및 보일러 사용 등도 걱정됐다. 다시 욕조 목욕으로 돌아왔으나 다행히 아이는 전혀 울지 않았다. 수영장에서 놀면서 물이 무서운 게 아니란 걸 깨우친 것 같다. 지금은 조리원에서 배운 것처럼 얼굴부터 씻기고 있음에도 아이는 목욕을 즐기고 있다. 아울러 보습제를 바를 때도 아이가 크게 울곤 했는데, 이건 보습제를 바르기 전 손으로 비벼 마찰열을 낸 뒤 발라주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무엇보다 ‘애바애’(아기마다 맞는 방법이 다르다는 뜻)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에 수많은 육아 정보들이 있지만 중요한 건 우리 아이에게 맞는 방법인가의 여부이다. 우리 아이의 반응을 살피고 아이와 맞춰가는 것이다. 지금보다 초보일 때는 인터넷에서 하란 대로 무조건 따라하기 급급했다. 하지만 육아에 조금씩 익숙해지고부터는 아이와 소통하며 할 수 있게 됐다. 그러고나니 여러가지 아이의 반응이 보인다. 이제야 진짜 ‘육아’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