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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폭등했다. 서민층이 주로 찾는 연방정부의 주담대 연체율은 2분기 16%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충격파가 경제 취약층부터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모기지은행연합회(MB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연방주택관리국(FHA) 주담대 연체율은 15.65%로 전기 대비 5.96%포인트 치솟았다. MBA가 1979년 관련 통계를 낸 이래 4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FHA 대출은 일반 시중은행 혹은 모기지 업체가 취급하는 대출보다 진입장벽이 낮다. 집값의 3.5%를 미리 계약금(down payment)으로 내면 신용이 낮아도 대출 받을 수 있으며, 연방정부가 보증을 선다는 특징이 있다. 금리는 연 1% 안팎의 고정금리로 낮은 편이다. 주로 중위소득 아래 서민층, 특히 생애 처음 내 집을 마련하려는 구매자들이 주요 고객이다.
이같은 FHA 대출자 6명 중 1명이 2분기 들어 원리금을 갚지 못했다는 건 코로나19 충격파가 밑바닥부터 닥쳤다는 방증이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으며 비교적 싼 원리금마저 연체하고 있다는 뜻이어서다. 마리나 월시 MBA 부사장은 “특정 계층의 집주인들, 특히 FHA 대출을 받은 이들은 코로나19 충격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FHA 융자를 포함한 전체 모기지 연체율 역시 8.22%에 달했다. 집주인 10명 중 1명은 연체했거나 혹은 압류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의미다.
또 주목할 것은 ‘부정적 연체(adverse delinquency)’로 불리는 90일 미만(60~89일) 연체율이 3.72%로 전기 대비 2.79% 급등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을 덮친 2010년 3분기 이후 최고치다. 팬데믹 초기 직장을 잃어 석달째 원리금을 못 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