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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LP 판매액 CD보다 2배 많아…34년 만에 처음
온라인 책·음반 판매 사이트 예스24가 최근 발표한 3년간 LP 판매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LP 판매량은 2019년 대비 73.1% 증가했다. 가요 분야 LP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2.4% 급증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가요 LP도 지난해보다 34종 늘어난 151종이 발매됐다.
올해 LP의 인기를 견인한 것은 가수 백예린의 1집 앨범 ‘에브리 레터 아이 센트 유’(Every letter I sent you)다. 지난 5월 2000장 한정 LP로 발매된 이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품절을 기록했다. 일부 중고 사이트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자 소속사에서 사전 예약 생산으로 재발매를 결정하기도 했다. 소속사 블루바이닐이 밝힌 판매량은 총 1만 5000장에 이른다.
가수 이소라의 ‘눈썹달’도 올해 LP 팬들을 열광케 했다. ‘바람이 분다’가 수록된 이소라의 대표작으로 2004년 CD로 발매된 뒤 현재는 절판된 앨범이다. CD와 같은 자수 재킷을 재현한 더블 LP로 제작해 지난 9월 3000장 한정으로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13만 5000원이라는 고가(가요 LP의 경우 1장당 4만~5만원 수준)로 책정했음에도 1분만에 품절돼 LP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첫 정규앨범 ‘디 앨범’도 1만 8888장의 한정판 LP가 주문 시작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했다.
해외서도 LP에 대한 인기는 매년 치솟고 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지난 9월 발표한 2020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LP 판매액은 2억 3210만 달러로 CD 판매액(1억 2990만 달러)보다 2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LP 판매가 CD를 넘어선 건 1986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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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일부는 LP를 일종의 MD(머천다이즈)로 생각해 구매한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집용으로 구매한다는 것이다. 레코드 플레이어 없이 2년 전부터 LP를 모으고 있는 김진영(36)씨는 “LP는 CD보다 크고 다양한 색깔의 한정반도 있어서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내가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턴테이블 구매 계획도 있기는 하지만 당분간은 LP만 모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L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화예술기관들도 LP 소재 기획전시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오는 31일까지 문화역서울 284 기획전시 ‘레코드284-문화를 재생하다’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레코드 제작부터 유통, 소비, 문화창작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다루는 전시다.
마포문화재단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였던 지난 11월 초 ‘마포 바이닐 페스타’를 개최했다. 마포구 내 유명 레코드숍 5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이벤트에는 1150여 명이 몰렸다. 마포문화재단 관계자는 “예상보다 참여 관객이 많아서 놀랐다”며 “LP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방문객도 많아 LP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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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LP의 인기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효섭 유니버설뮤직 이사는 “과거 LP에 대한 관심이 향수를 찾는 것이었다면 요즘은 향수가 아닌 LP를 소유하려는 분위기가 늘어났다”며 “LP를 들을 수 없더라도 구매하는 이들도 생겨나 당분간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DJ 소울스케이프로 활동 중인 박민준 프로듀서는 최근 LP의 인기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척점에 서 있는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박 프로듀서는 “음원 스트리밍의 등장으로 음악이 전송의 개념이 됐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음악을 소유하고 싶다는 니즈는 있었다”며 “LP가 그런 니즈를 채우면서 점점 더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CD도 MP3 플레이어도 경험하지 못한 지금 젊은 세대에게 LP는 ‘레트로’ 매체가 아니라 동시대의 매력을 지닌 매체”라며 “LP는 젊은 세대의 다양한 음악적 취향을 반영하면서 그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