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녀 집 사줬다가 ‘패가망신’…회계사 자문주의령

강신우 기자I 2021.02.19 06:00:00

감사반聯서 ‘국세청기획조사’ 정보 공유
아들에게 4억 증여, 합법적 신고했는데…
특별세무조사 벌여 7억원 세금 부과
“집값 통제 목적 세무조사 지양해야”

[이데일리 강신우·유현욱 기자] 국세청이 부동산 세무조사가 강화하면서 한국공인회계사회 산하 감사반연합회가 일선 공인회계사들에게 ‘자문 주의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증여세 신고를 합법적으로 했는데도 부동산 취득자금에 대한 원천을 문제 삼은 특별 세무조사건이 나오면서다.

(사진=뉴시스)
18일 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한공회 산하 감사반연합회 정보에는 최근 국세청 기획조사건 중 부동산 특별 세무조사건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

문건에는 최근 정부에서 부동산 폭등을 잡고자 모든 부동산 취득자금에 대한 조사를 강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으로 정상적으로 증여세를 신고, 납부 완료했지만 자금의 원천까지 추적해 막대한 세금을 부과한 ‘실제 사례’라고 나와 있다.

특별 세무조사 사례는 자녀에게 합법적인 방법으로 아파트 한 채를 사줬는데 이를 놓고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여 별건의 세금을 부과, 결국 ‘패가망신’했다는 내용이다.

(자료=감사반연합회)
서울 강남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김모씨는 30대인 아들에게 4억원을 증여, 추가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줬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세무대리인과 상담 후 증여세 신고를 마쳤고 해당 세무사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과열방지대책으로 이번 건이 부동산 취득자금에 대한 조사대상이 돼 국세청 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부동산 취득자금의 원천을 문제 삼아 부모의 사업장인 개인병원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했고 사업장에 대한 5년간의 세무조사를 해 매출 누락건에 대한 약 7억원의 세금을 부과한 케이스다. 결국 병원장은 충격으로 사업장을 폐업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후문도 전했다.

이에 대해 감사반연합회는 회원들에게 “부동산 신규취득에 대한 증여세 등 상담시 이러한 점을 참고해 세무상담 업무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문건과 관련해 한공회 측은 “특별세무조사건에 대한 내용은 소문으로만 들은 것”이라며 “다만 이러한 케이스가 재발하지 않도록 자문할 때 각별히 유의해서 자문하라는 의미에서 관련 내용을 공유한 것”이라고 했다.

한공회에는 작년 말 기준 회계사 2만2786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 중 6.3%인 1434명이 감사반에 속해 있다. 감사반은 3명 이상의 회계사가 외부감사를 위해 한공회에 등록한 소규모 조직이다.

다만 한공회 측 말대로 확인된 사실이 아닌데 ‘자문주의령’을 내린 것은 의아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신력 있는 단체가 시중에도 돌지 않은 낭설을 굳이 퍼다 나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중견 회계사는 “현직 회계사·세무사들이 실제 클라이언트와 면담 과정에서 알게 되는 양질의 정보가 적지 않다”며 “공유된 내용은 아주 내밀한 정보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달 28일 ‘2021년도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를 열고 부동산 증여와 관련해 ‘최초 취득-증여-증여 이후’ 모든 과정을 검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당 부동산을 최초 취득할 때의 자금 출처를 추적하고 증여 과정에서 재증여 합산 누락이나 임대보증금을 끼고 증여(부담부증여)한 뒤 임대보증금을 대리 상환했는지도 확인한다. 또한 별다른 소득원이 없는데도 고가 부동산을 취득하는 등 탈세 혐의가 높은 연소자 등을 대상으로 자금출처도 상시 검증할 예정이다.

세무업계에서는 강화된 세무조사가 공평과세 목적이라는 합목적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동산관련 세무를 전문으로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국세의 제척 기간내 탈세 정황이 있는 건에 대해서는 공정한 과세를 위해 조사해 부과하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강화된 세무조사가 부동산 수요억제를 위한 집값 통제의 목적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 공평과세 목적에 한해 세무조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국세청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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