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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맛보기] ‘거짓말쟁이?’ 문재인 vs ‘사쿠라?’ 안철수

김성곤 기자I 2016.06.04 08:00:00

문재인·안철수, 차기 대선 후보 단일화 쉽지 않은 구조
87년 대선 단일화 실패 양김처럼 숙명의 대결 시작
문재인 ‘호남’ vs 안철수 ‘친노’…단일화 아킬레스건 작용
여론조사 통한 후보단일화 방식 과연 타당한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3 총선을 닷새 앞둔 8일 김홍걸 광주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광주 북구 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참배를 하고 있다(왼쪽)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경찰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오른쪽)(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죄인은 호남에서 심판받으면 정계은퇴한다고 하지 않았냐. 아직 왜 안 물러나고 있는 거냐. 문죄인은 거짓말쟁이다.”(안철수 지지자 추정 댓글) vs “간철수는 이명박 앞잡이다.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손잡고 대선에 나설 것이다. 간철수는 사쿠라다.”(문재인 지지자 추정 댓글)

지난 2012년 대선 때처럼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차기 대선에서 후보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정권교체 가능성은 매우 높아집니다. 물론 단일화에 실패한다 한들 정권교체 가능성이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단일화 때보다 가능성이 훨씬 더 낮아지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야권의 유력 차기주자인 문재인과 안철수. 마치 87년 대선에서 양김 단일화에 실패한 YS와 DJ처럼 숙명의 대결이 시작된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20대 총선결과로 두 사람의 차기 대선 단일화 가능성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두 사람의 단일화가 거의 불가능한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우선 양측 지지자들의 감정이 상대를 향한 증오로 얼룩져 있다는 점입니다. 또 가장 효과적인 단일화 방안인 두 사람의 정치적 결단은 지지층의 압력과 2018년 지방선거 때문에 어려운 구조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론조사 단일화 방안이 현실적으로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 문재인 vs ‘초대받지 못한 자’ 안철수

총선 결과는 두 사람에게 해묵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문재인은 호남을 아우르지 않고서는, 안철수는 친노세력을 포용하지 않고서는 대선승리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정치적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문재인은 4.13 총선 직전 호남에 가서 무릎을 꿇으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는 전체 28석 중 3석을 얻으며 완전하게 몰락했습니다. 문재인은 호남에서 여전히 ‘용서받지 못한 자’입니다. 야권 지지층 일부는 문재인이 결코 질 수 없는 대선에서 졌다며 여전히 증오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또다시 나선다고 해도 확장성이 없기 때문에 문재인은 필패카드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열린 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강조해왔던 안철수는 일부 친노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에 시달렸습니다. 호남 석권, 정당 지지율 2위 등 총선에서 대박신화를 일궜지만 야권의 한 축인 친노세력은 안철수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문재인·안철수 지지자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각종 정치기사의 댓글에서 서로를 향한 증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금도마저 없습니다. 욕설과 조롱, 비아냥이 난무합니다.◇단일화 성사에도 효과 반감…정치적 결단 통한 단일화도 난망

가장 효과적인 단일화 방안은 두 사람의 정치적 결단입니다. 김대중, 김종필의 이른바 DJP연대 방식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DJ나 JP처럼 절대적 권력을 행사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를 양보한(?) 안철수의 입장에서는 또다시 후보 양보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문재인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장 이전만 해도 모든 지역과 세대로부터 고르게 지지을 받은 차기 1순위 주자인데 후보양보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설령 두 사람이 단일화에 합의한다고 해도 상대방을 향한 증오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야권 지지층의 태도로 볼 때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기적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한다고 해도 효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으로 단일화될 경우 안철수 지지층의 상당수가 투표를 포기할 게 분명합니다. 반대로 안철수로 단일화될 경우 역시 문재인 지지층의 상당수가 투표를 표기할 게 명확합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2007년 대선에서 친노 지지층 상당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보다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를 밀었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이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서 안철수 지지층 일부는 투표에서 이탈했습니다.

2017년 대선 6개월 뒤에 지방선거가 있다는 점도 무시못할 변수입니다. 지방선거를 고려하면 후보단일화는 매우 어렵습니다. 혹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지방선거에서 정지적 재기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선은 승자독식 게임입니다. 후보를 양보해도 보장받을 수 있는 게 사실 없습니다. 더구나 지방선거에 출마할 두 사람에게 딸린 식솔들의 처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방선거 변수 때문에 두 사람은 단일화보다는 대선완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가’ 여론조사 통한 후보 단일화의 역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등장으로 차기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반기문은 각종 조사에서 30% 안팎의 지지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습니다. 기존 1,2위 주자였던 문재인, 안철수는 나란히 2,3위로 밀려났습니다. 물론 일부 조사에서는 반기문 vs 문재인 양강구도에 안철수가 3위를 기록한 결과도 있습니다.

반기문 1위, 문재인 2위, 안철수 3위 구도의 고착화 속에 1강 2중 구도가 내년까지 지속된다면 야권에서 단일화 논의는 또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폭망했다고는 해도 전국 정당 지지율은 33.50%로 1위였습니다. 87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1노3김의 다자구도에 양김분열과 같은 현상이 내년 대선에서 되풀이된다면 여권 후보는 어부지리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도 있습니다.

만일 ‘정권교체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야권의 위기감이 극단적으로 고조되면 문재인, 안철수가 극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식은 여론조사입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 사용한 방법입니다. 역선택, 설문문항, 조사시기, 조사기관 선정 등 난관은 엄청 많지만 더 큰 문제는 결과입니다. 여론조사에는 오차범위라는 게 있습니다. 보통 95% 신뢰도에 ±2.5% 포인트 또는 ±3.1% 포인트입니다. 이는 오차범위 이내의 격차라면 통계학적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오차범위 이내에서 1∼2% 포인트 격차로 앞서는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단일화 협상에서 0.1% 포인트라도 이기는 사람이 승자라고 하면 단일후보가 정해지기는 합니다. 객관적이고 타당한가요. 의문입니다. 거칠게 이야기하면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는 것보다 낫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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