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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 후보자는 지난 5일 인사청문회에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완전히 보장된다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말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아직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으며 남북 정상 간 약속을 지키고 있다며 북미대화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협상에 참여했던 랜달 슈라이버 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RFA에 “김정은 총비서가 비핵화를 향한 자신의 약속을 준수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를 여전히 목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문제에 있어 북한과 어떤 형태의 ‘관여’를 생각하기에 앞서 일정 기간 최대한의 대북 압박 정책을 새롭게 펼치는 것이 지혜로울 것”이라고 권고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도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김정은 총비서가 말한 내용이나 취한 행동들 가운데 그가 핵무기를 포기할 의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신뢰할만한(convincing) 증거 없이 트럼프 행정부에 김정은이 비핵화 추구에 진지하다(sincere)고 주장했다”면서 “북한과의 조속한 관여를 희망하며 바이든 행정부에 또다시 그런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 역시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김정은 총비서가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패트릭 크로닌 미국 허드슨 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석좌는 정 후보자의 발언이 남북한과 미국간 비핵화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는 미국 등 모든 국가들이 핵무기를 폐기한다는 것으로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목적인 반면, 미국 측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 폐기를 위해 검증가능한 틀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의 일부 관리는 북한 측의 비핵화 시각에 좀 더 동조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