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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가 아닌 공주 ‘햄릿’의 이야기는 무엇이 다를까. 배우 이봉련은 국립극단이 새롭게 선보이는 연극 ‘햄릿’에 매료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주인공의 성별이 바뀐 것을 넘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이봉련은 “햄릿을 공주로 설정했지만 전형적인 공주의 이미지가 전면에 드러나는 작품은 아니다”라며 “복수와 고뇌라는 원작의 궤적을 공주의 신분을 통해 따라간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극단이 ‘햄릿’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국립극단이 올해 7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라인업으로 지난해 실시한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 설문조사에서 ‘햄릿’이 2위를 차지해 무대화를 준비해왔다. 연극배우이자 최근 영화, 드라마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봉련이 타이틀롤인 햄릿 역에 캐스팅됐다.
연출가 부새롬, 작가 정진새가 창작진으로 의기투합해 1년 이상 아이디어를 조율하며 무대를 준비해왔다. 420년 전 원작으로 현시대 관객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햄릿을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설정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왕위계승자이며 검투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 인물로 묘사된다.
이봉련은 “여성이라도 왕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햄릿’은 여성이기에 할 수 있는 고민을 그리기보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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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배우로 활동한 이봉련은 극단 골목길 일원으로 연극판에서 ‘천의 얼굴’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6월 두산아트센터에서 선보인 연극 ‘궁극의 맛’에서는 탈북자 여성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영화 ‘옥자’ 등에 출연해 대중의 눈도장도 찍었다. 최근엔 영화 ‘82년생 김지영’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에 출연하며 충무로의 새로운 ‘신스틸러’로 떠오르고 있다.
이봉련은 “드라마, 영화에서 필모그래피가 쌓이다 보니 ‘이름은 잘 모르지만 어디선가 분명히 본 배우’로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며 “가끔 내가 나온 작품을 몰라볼 때도 있는데 나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것보다 매 작품 새롭고 생소한 모습으로 보이는 게 더 재미있고 좋다”며 웃었다.
‘햄릿’은 당초 오는 17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 예정이었으나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로 잠정 연기됐다. 온라인 공연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습을 진행 중이다.
이봉련은 “안전을 위해 멈출 때는 멈춰야 하지만 그럼에도 연극은 계속돼야 한다”며 “이번에 관객과 못 만날지라도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무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