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장 치킨 가격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BBQ, bhc 등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대부분 아직까지 가격 인상이 없다고 밝혔다. 치킨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어쩌면 라면보다도 더 높아 섣불리 가격 인상을 할 수 없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치킨가격 올렸다 여론뭇매 경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닭고기(중품) 평균 소매 가격은 1kg당 5715원이다. 계속해서 고공행진이었던 닭고기 가격은 말복을 지나면서 소폭 내렸지만 1년 전 가격인 4864원에 비해서 아직도 17.5% 급등한 수준이다.
|
◇10~11월 닭고기 가격도 안정 전망
그럼 지금 닭고기 가격은 치킨 회사들이 감내할 수 없을 수준일까. 닭고기 소비자 가격은 치킨 회사들이 사들이는 닭고기 가격과는 차이가 난다. 대량 구매로 1년 단위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A프랜차이즈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가 사오는 닭고기 1마리의 가격은 2800~3000원 정도다. 이를 염지(소금 양념)하고 포장해서 가맹점에 5200~5800원에 공급한다. A사 관계자는 “닭고기를 공급 받는 가격이 1년 전에 비해서 약 1000원 정도 오른 것으로 체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는 10~11월이면 AI 살처분으로 줄었던 닭의 수가 어느정도 회복하면서 닭고기 공급이 늘어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지금 닭고기 가격을 이유로 치킨 값을 올리면 닭고기 가격이 내렸을 때는 또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명분이 생긴다”며 “원가 관리를 하면서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원재료 값 인상에도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매출이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영업이익률은 bhc가 32.5%,BBQ는 15.8%, 교촌이 9.15%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인데 올해 들어 치킨 매출은 지난해보다 더 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닭고기 뿐 아니라 식용유 가격도 올라서 원재료 값이 많이 들지만 워낙 치킨 판매가 늘어나고 있어 감내할 만한 수준은 된다”며 “이럴 때 치킨 가격을 올렸다가 오히려 매출이 꺾이면 더 곤란하다”고 귀띔했다.
◇부분육·1인용·사이드 메뉴 등 늘려
다리와 날개만 파는 부분육 메뉴, 1인용 메뉴, 사이드 메뉴 등 신메뉴가 증가한 것도 치킨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선택한 방법이다. 대부분 치킨 가격은 프라이드 한마리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다리와 날개 등 특정 부위만으로 제품을 구성하면 한마리 가격보다 높아도 소비자들이 가격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저항이 적다.
1인용 세트와 배달용 반마리 메뉴도 마찬가지다. 배달 수요가 높은 1인가구 등을 위한 제품이라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치킨의 양은 줄었지만 일반 치킨 한마리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치즈볼 등 사이드 메뉴는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구매액)를 높일 수 있다.
문제는 가맹점이다. 가맹점에서는 본사에 메뉴 가격을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맹점의 가격 인상 명분은 바로 배달비의 증가다. B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배달앱 중개 수수료, 배달 대행 수수료 등 예전에 비해 유통 단계가 2개 더 생기면서 가맹점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본사에 제품 가격을 올려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토로했다.
결국 일부 가맹점들은 배달비를 자체적으로 인상하는 방법으로 치킨값을 올렸다. 최근 교촌치킨 일부 가맹점이 배달비를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린 게 그 예다. 교촌치킨뿐 아니라 다른 치킨 가맹점도 주문 금액에 따라 기본 배달료에서 1000~2000원씩 추가하는 사례가 많아지며 실제 소비자들이 내는 비용은 늘어났다.
또다른 치킨업계 관계자는 “여론 악화 때문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결국 배달 수수료 부담이 커진 가맹점에서 자체적으로 배달비를 올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