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법안이 시대 흐름과 역행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13일 기자와 통화에서 “민주주의 시대에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일요일에 쇼핑몰을 가겠다는데 무슨 근거로 막는 것이냐”라면서 “정치 논리가 시장경제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규제를 통해서 시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됐다”며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펼치려면 산업 정책이 아니라 복지 정책을 강화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박진용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시장 판도가 이미 비대면으로 기울어졌는데, 소상공인을 보호한다고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이라며 “점포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는 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을 규제하는 유통산업 관련 15개 의안이 계류돼 있다. 이중 무려 11개가 규제 법안이다.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월 2회 휴무를 하고, 대형마트와 쇼핑몰의 신규 입점 허들을 높이자는 것이 골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섣부른 시장 규제가 유통산업을 종말 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 교수는 “국내 대형마트는 1994년 이마트 1호점을 시작으로 이제 25년이 조금 넘었는데 규제에 발목이 묶여서 조로하게 생겼다”며 “1964년에 만들어진 월마트 같은 글로벌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바뀐 시대에 맞춰 정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형마트는 규제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사양 산업화됐다”며 “대형마트를 규제한다고 해서 중소상인이나 전통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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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상생법의 취지와 다르게 대부분 법안이 규제 일변도”라며 “온라인 업체의 시간 등을 규제하는 것은 소비자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대책 없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유통업계는 소비자 후생을 고려해 대형점포 등 오프라인 업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온라인 시대에도 살아 남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회장은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전통시장과 상생을 위해 집객률을 높이는 ‘키 테넌트’(상가나 쇼핑몰에 고객을 끌어 모으는 핵심 점포) 전략을 사용하는데 이는 반응이 좋다”며 “규제는 그동안 대형마트가 일궈놓은 상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