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은 뉴욕오토쇼, '방역 각자도생' 시대[미국은 지금]

김정남 기자I 2022.04.17 10:12:53

3년 만에 문 연 뉴욕오토쇼 '노마스크'
리조트도 마스크 착용 권고문 없어져
'각자 알아서 대처' 미국은 방역 기조 전환중
스텔스 오미크론 확진자 늘어도 검사소 파리날려
파우치 "코로나 박멸 불가능, 각자 대처해야"

[뉴욕·펜실베이니아=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명소인 허드슨 야드 인근에 있는 자비츠 컨벤션센터. 이곳에서는 올해로 120회를 맞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전시회인 뉴욕오토쇼가 3년 만에 막을 올렸다. 코로나19 탓에 2년간 문을 열지 못했던 것이다.

프레스데이 첫날인 지난 13일 (이하 현지시간) 행사장을 둘러보며 코로나19 엔데믹(endemic·풍토병) 시대가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티켓 발권을 돕는 직원부터 행사장 출입구를 지키는 직원까지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주최 측은 방역 규제 완화에 따라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 자비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뉴욕오토쇼 행사장 입구. (사진=김정남 특파원)


◇마스크 아무도 안 쓴 뉴욕오토쇼

행사장 한가운데 위치한 현대차(005380)의 자체 전기차 테스트트랙. ‘아이오닉5’를 타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는데 모두들 ‘노 마스크’였다. 기자의 운행을 도와준 운전사 마이크씨는 “이제는 코로나19 이전 같은 일상을 완전히 회복한 것 같다”며 당연한 듯 말했다. 근처 기아(000270), 폴크스바겐, 인피니티, 렉서스, 도요타, 스바루, 포드, 닛산, 쉐보레 부스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착용하는 게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였다. 출입구에서 안내를 도운 한 직원은 “스스로 방역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이번에 뉴욕오토쇼가 다시 문을 연 이유”라고 전했다.



미국 곳곳 봄방학 주간을 맞아 붐빈 유원지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 15일 오후 펜실베이니아주 포코노에 있는 칼라하리 리조트와 인근 캠핑장은 팬데믹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실내 마스크 착용 권고 안내문까지 모두 떼어 버렸기 때문이다. 리조트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가 왔을 때는 (감염 우려 탓에) 리조트 객실 청소를 하지 말아 달라는 고객들이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스텔스 오미크론(BA.2) 상륙에 미국 내 확진자가 늘고 있음에도 긴장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중국 등이 여전히 봉쇄 조치를 하는 것과는 다르다. 각자 알아서 방역을 하는 ‘각자도생’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15일 기준 미국의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3만7320명으로 나타났다. 2주 전보다 35% 증가한 수치다. 13일 이후 최근 사흘간 하루 감염자는 5만3911명→5만7463명→4만6708명으로 5만명 안팎까지 다시 완만한 증가 추세다.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염성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BA.2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미국에는 BA.2를 무사히 넘기면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기류가 팽배하다. 1년에 한 번 독감 주사를 맞듯 코로나19 방역도 스스로 해야 할 몫이라는 뜻이다. 실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맨해튼 곳곳에서 긴 줄이 늘어섰던 검사소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 정부가 각 가정에 나눠준 가정용 검사 키트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진 것과 맞물린 현상이다. 자가 검사를 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지난 1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 자비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뉴욕오토쇼 행사장 정중앙에 위치한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테스트트랙. (사진=김정남 특파원)


◇파우치 “각자가 코로나 대처해야”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이를 완전히 박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각자가 위험성을 판단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침이 달라졌음을 뜻한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백신 접종률과 면역 달성률, 치료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보고 방역 조치를 대부분 해제한 상태다.

그나마 항공기, 버스 같은 대중교통 이용시 마스크 의무화 규정이 있지만, 이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은 오는 18일 만료 예정이던 이 조치를 BA.2 확산 탓에 다음달 3일까지 보름간 연장하기로 했는데, 많은 주정부와 항공업계 등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항공업계 로비단체인 에어라인스 포 아메리카(A4A)는 최근 로셸 월런스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에게 “식당, 바, 스포츠 시설에서 마스크를 의무화하지 않는데 비행기에서 요구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서한을 보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는 있다. 보스턴 의료센터의 공중보건 국장인 카산드라 피에어 박사는 “앞으로 나타날 변이들이 더 약할 것이라고 가정하지만 사실 그런 증거는 없다”고 했다. 자가 검사가 확진자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만큼 실제 감염 사례는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포코노에 있는 칼라하리 리조트 로비. (사진=김정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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