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베터 시대]②시밀러 포화…편의성만 바꿔도 시장이 바뀐다

노희준 기자I 2020.02.05 06:00:00

세계 1위 화이자, 자이라베브 시밀러 첫 출시...셀트리온 동지→경쟁자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 유럽 시장서 휴미라 80% 가격 후려치기
바이오베터, 독자특허 인정…개선 점 확인시 가격 2~3배 고가
단백질 의약품 바이오베터, 주사제 한계로 ''복용 편의성'' 개선 중요
삼성바이오에피...

셀트리온 연구원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세계 1위 제약사 화이자는 지난달 중순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자이라베브’를 미국에 내놨다. 화이자가 개발해 미국에 내놓은 첫번째 바이오시밀러다.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에 집중하던 화이자가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화이자는 셀트리온(068270)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를 미국에서 판매해주고 있는 협력사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동지’가 ‘경쟁자’로 변모한 것이다. 화이자는 아예 지난달 23일 셀트리온이 2018년 11월부터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혈액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같은 성분(리툭시맙)의 바이오시밀러 ‘룩시엔스’를 내놨다. 같은 성분 의약품에서 전면전까지 선포한 셈이다.

바이오베터 필요성이 커지는 것은 고가의 바이오의약품 가격을 낮춰 주목받았던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어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시밀러시장은 오리지널사는 물론 인도 중국도 대규모 플랜트를 바탕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굉장히 레드오션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이미 출혈 경쟁 양상이다. 2018년 매출 1위(23조원)의 오리지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를 개발했던 애브비는 바이오시밀러 공세에 유럽 일부 국가에서 휴미라 공급가격을 80% 깎기도 했다. 바이오시밀러는 신약 대비 30% 싼 것이 보통이다.

◇ ‘레드오션’ 바이오시밀러 시장 돌파구 ‘바이오베터’

레드오션이 돼 가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바이오베터는 돌파구다. 바이오베터가 독자적인 특허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원료물질에 대한 지적재산권 확보가 불가능한 것과 다르다. 실제 앞으로 20년간 세계 3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의 한 축인 ‘인플릭시맙’ 성분의 피하주사(SC)형 제품은 셀트리 온밖에 못낸다. 셀트리온이 인플릭시맙 최초의 SC형 제품 램시마SC를 개발해 130여개국에서 특허를 출원했기 때문이다. 가격 역시 복용 편의성, 투약 횟수 축소 등의 장점 덕분에 오리지널보다 2~3배 높게 받을 수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램시마SC는 이르면 2월 중순쯤 독일에서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로 세계 50조원 규모의 자가면역질환치료 시장에서 10조원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복용 편의성’을 높인 바이오베터는 환자와 의사들에게 효능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기본적으로 주사제라는 한계가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단백질을 활용해 만든 약이다. 때문에 입으로 먹으면 위에서 소화가 돼 약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입으로 먹는 경구용 제품이 대부분인 합성의약품과 다른 점이다. 특히 주사제는 접종시 환자에게 고통을 준다. 같은 주사제라도 정맥에 놓느냐(정맥주사) 뱃살(피하주사)에 놓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정맥주사는 병원에서 2시간을 맞지만 피하주사는 5분이면 어디서든 자가투여가 가능하다.

실제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로슈의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의 피하주사형과 정맥주사형을 620명을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한 비교임상에서 477명(77%)이 피하주사형을 선호했다. 바이오의약품의 피하주사형 제형은 의료진 선호도도 높다. 내원 환자를 줄여 치료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준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학회에서 의사를 대상으로 인플릭시맙의 SC제형이 있다면 약을 쓰겠냐고 물었더니 대다수 쓰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실제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가 2018년 유럽장질환학회(UEGW)에서 참여의사를 상대로 진행한 인터뷰를 보면 자가면역질환 1차 치료제로 램시마SC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50%에 달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임랄디 성공요인 및 한미약품 기술수출 대박 비밀 ‘바이오베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임랄디’는 선도자 이점을 누리지 못한 약이다. 2018년 10월 유럽에서 거의 동시에 암젠과 산도즈 등 다른 네 곳의 바이오시밀러가 함께 출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랄디는 출시 1개월 만에 휴미라 성분(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000억원 매출을 올렸고 현재도 1~2위를 다투고 있다.

임랄디 성공요인에도 바이오베터 성격이 있다. 임랄디는 복용 편의성을 개선했다. ‘펜형’ 휴미라는 주사시 앞 뒤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바늘로 찌른 뒤 바늘에 다시 안전장치를 장착하는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임랄디는 바늘을 복부에 깊숙이 대면 약 성분이 자동으로 주입되는 오토인젝션 방식이라 환자 움직임을 두 단계로 줄였다. 작은 차이지만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들은 손가락 관절에 이상이 있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큰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는 평이다. 임랄디는 또 보관기관이 28일로 휴미라보다 2배 길다. 만성 질환 특성상 장기 투여자가 많은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에 맞춰 복용 유연성을 키웠다는 평가다.

바이오베터에는 약물 지속성을 늘리는 기술도 있다. 단백질로 만든 바이오의약품 특성상 약 효과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반감기가 짧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이런 기술을 활용하면 약의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다. 한미약품(128940)의 랩스커버리 기술이 이런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신약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당뇨), ‘롤론티스’(지속형 호중구감소증)’를 각각 사노피(2억4000만 유로, 3125억원)와 스펙트럼(비공개)에 기술수출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29개 중 절반 이상인 17개에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넥신(095700)의 항체융합 단백질 플랫폼 기술 하이브리드에프시(hyFc) 역시 체내에 주입된 약물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바이오베터 기술이다. 유한양행(000100)이 1조원 규모로 베링거인겔하임에 이전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후보물질에 이 제넥신 기술이 접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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