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딜리버리 시장을 지나치게 좁게 보고 엄격한 조건을 부과했다고 비판하는 반면, 소상공인과 일부 정치권에서는 위원회가 아예 불허까지 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혁신과 독과점 사이에서 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이해관계자, 국회, 시장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위원회 심의는 ‘깜깜이’로 진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DH측이 영업비밀 공개 우려 등을 이유로 심의를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자의 비밀을 보호할 필요가 인정할 때 심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그간 공정위는 사업자에서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비공개 요청을 하면 웬만하면 들어줬다. 애플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는 심의의 절반 이상이 비공개로 했고 네이버 쇼핑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역시 대부분 비공개로 심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DH-우아한형제들 M&A 심의’에서 공개할 자료는 영업비밀인 ‘알고리즘’도 아니고 ‘배달앱 사용자 수’ 정도다. 사업자마다 구체적인 사용자 수를 공개하진 않지만 이미 여러 시장조사업체의 추정치가 시장에 나와 있다. 사실상 공개하지 않은 사용자 수나 시장에 나와 있는 수치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위원회가 이를 비밀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더구나 시장점유율을 시장에 공개하면 후발사업자가 이를 토대로 경쟁에 뛰어들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시장 확대 여건’을 조성할 측면도 있다.
이번 M&A는 갑을관계, 딜리버리시장의 동태성, 양면시장 특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역대급 M&A다. 그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정보를 투명하게 알고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 자칫 ‘깜깜이’ 심의로 불신을 살만한 결과가 나온다면 위원회의 신뢰는 물론 시장 생태계 확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M&A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특별히 영업비밀이라고 할 게 있을지 모르겠다”며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위원회가 공개적으로 합리적인 심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