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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능보다 안전, 맛보다 건강"..자세 낮춘 유통업계

최은영 기자I 2016.05.18 06:00:00

"안전, 못 믿겠다"..'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생활용품 포비아
'화학성분' NO, '친환경' YES
유통업체 소비자 불안 심리 감안해 '안전' 마케팅 강화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건강한 상품만 판매합니다.”

세븐일레븐이 17일 출시한 ‘홍삼불고기 도시락’.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생활용품 전반에 걸쳐 소비자 불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체의 대응이 달라지고 있다. 제품 생산부터 관리, 판매 등 유통 과정 전반에 걸쳐 소비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세정제·제습제·섬유유연제 등 생활용품은 물론 식품 등도 예외 없이 건강을 강조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건강 먹거리 강화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29일 홍삼 성분이 들어간 삼각김밥 ‘홍삼닭가슴살 삼각김밥’을 선보인데 이어 17일 다시 홍삼을 활용한 ‘홍삼불고기 도시락’을 간편식 신제품으로 출시했다.

GS25는 오는 20일부터 판매하는 모든 도시락에 영양성분을 표시하기로 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사대용인 김밥과 샌드위치, 햄버거 등과 달리 한 끼 식사로 분류되는 도시락은 영양성분 표시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지만 GS25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선택을 돕기 위해 판매하는 모든 도시락에 칼로리(열량)·탄수화물·당류·지방·포화지방·트랜스지방·콜레스테롤·나트륨 함량 등을 표시하기로 했다.

업체 측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한 소비자 불매 운동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이전인 지난해 말부터 이미 준비해온 것으로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면서도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퇴직 경찰 출신 주차장 전담 보안관.
대형마트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마트는 지난 11일 경찰청과 협조해 퇴직 경찰관 출신 인력을 이마트 주차장 내 전담 보안관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주차장 내 범죄와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해 대형마트 주차장이 치안 사각지대라는 인식을 해소하고 고객들이 안심하고 마트를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등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책임을 인정한 롯데마트는 대형마트 3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안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롯데마트는 현재 캐나다 세제 전문업체와 1년여 간 공동 기획해 생산한 친환경 ‘캐나다 23.4° 세제’ 20여 종을 20%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 23.4° 세제’는 청정지역 캐나다에서 재배한 코코넛, 대두 등 식물 추출 성분으로 만들었으며 인공색소와 인산염, 방부제로 사용되는 파라벤 등 세제에 자주 쓰이는 화학 첨가물을 완전 배제한 제품이다.

전기를 이용하는 모기채.
여기에 지난 9일에는 오는 9월 말까지 여름철 식품 안전 집중 관리 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선도 민감 상품으로 여름철 식중독 발생 우려가 있는 초밥·회덮밥·활어생선회·김밥의 경우 조리 후 7시간이던 기존 판매기한을 5시간 이내로 2시간 축소하고 판매기한이 지난 상품은 전량 폐기하며, 연어초밥, 양념게장, 반찬꼬막 등 하절기 위험 7개 품목은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품질관리 전담인력도 기존보다 30% 늘려 운영하기로 했다.

최근 진행하는 판촉행사 대부분이 ‘안전’ ‘건강’ 관련이다. 지난 13일에는 올여름 지카 바이러스를 비롯한 모기 매개 감염병의 확산을 우려한 듯 ‘모기 방충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며 판촉행사에 나섰다. 화학성분이 들어간 분사형 모기약 등은 배제하고 전기 모기채, 방문과 현관 등에 설치해 모기와 해충의 침입을 막는 방충망, 모기장 등만 행사 품목에 포함시켰다.

뿐만 아니라 지난 12일 전국 롯데마트 매장에서 배포한 상품 전단지도 대부분 친환경 제품으로 채웠다. 안전 농산물 ‘GAP’ 인증 참외, 자연산 광어회, 친환경 ‘캐나다 23.4° 세제’, 친환경 LED 전구 등이다. 전단지 문구도 ‘건강한 상품을 콕! 집어 제안합니다’ ‘소재까지 생각하면 건강이 보입니다!’ 등으로 ‘건강’을 강조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최근 건강한 삶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생활용품 뿐만 아니라 먹거리 등으로 확산하며 점점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만전을 기해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수 백 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한 가운데 최근에는 P&G의 탈취제 페브리즈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이는 등 화학성분 생활용품 안전 전반에 불신과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체재로 사용할 수 있는 천연성분 세정제·제습제·섬유유연제 등이 주목 받으며 베이킹소다·구연산·통숯·염화칼슘·소금·밀가루 등의 판매가 늘고 있다.

롯데마트 상품 전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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