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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볼턴 "적절한 때 '中통제불가' INF 탈퇴 러에 통보"

이준기 기자I 2018.10.24 06:02:15

"러, 조약 위반 결론..中·北 통제 못해"
일각 '美·러 정상회담서 접점 찾을 수도'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러시아를 방문 중인 존 볼턴(사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적절한 때에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대한 “미국의 탈퇴 통보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탈퇴 배경으론 러시아의 조약 준수 위반과 조약 당사국이 아닌 중국·북한에 대한 통제 불가를 꼽았다. 다만, 일각에선 당장 미국이 탈퇴를 선언하지 않은 점과 탈퇴 전 미국의 안보사령탑인 볼턴의 방러 등에 비춰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약 90분간 회동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말했다고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INF 탈퇴 배경과 관련, “러시아가 지난 2013년부터 INF 조약을 위반해 오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조약 준수로 복귀하면 조약은 유지되는가’라는 질문엔 “러시아가 (조약 위반 자체를) 부인한다는 점에서 기대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더 나아가 볼턴 보좌관은 “INF는 중국, 북한과 같은 국가들의 활동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의 대규모 중거리미사일 능력을 언급, “만약 내가 (중국) 베이징에 살고 있다면 미국이 조약에 잔류하길 바라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부연했다.

다만,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뒤집어 보면, 러시아가 우회적으로라도 조약 위반을 시인한 뒤 이를 바로잡고, 중국이 이 조약에 가입할 경우 조약 유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볼턴 보좌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내달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1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미·러 양자 정상회담 개최에 사전 합의했다. INF 탈퇴 문제에 대한 큰 틀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날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가 별도 기자회견에서 볼턴의 방러를 두고 “미국이 아직 INF 문제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는 메시지로 보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기도 했다.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옛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INF는 사거리가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냉전 시대’의 종말을 예고한 역사적 협정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조약 위반과 중국의 핵 영향력 확대 등을 거론하며 INF 탈퇴를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이날 볼턴 보좌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우리는 미국 측이 조약에서 탈퇴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도 이날 “중국은 일관되게 방어적인 국방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조약을 탈퇴하면서 중국을 거론하며 시비를 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화춘잉 대변인)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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