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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경영진 교체를 둘러싼 주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올해 상반기 야심작이었던 갤럭시 S22가 GOS 논란에 휘말린 데다 최근 주가가 또다시 ‘6만 전자’로 떨어지며 악재가 거듭 나오고 있어서다.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까지 새 이사 선임을 놓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11일 경계현·박학규 사장과 김한조 이사장에 대한 이사 선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거나 이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김종훈 감사위원 후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연구소 측은 “삼성전자 사외이사이자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으로서 이재용 부회장의 임원직 유지의 적정성 등 지배구조정책에 대한 감독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소액 주주들의 반대표는 노태문 사장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최근 GOS 기능 논란으로 불거진 소비자 기만 논란의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GOS는 고사양 게임을 할 때 스마트폰 과열을 막기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나 화면 해상도를 고의로 낮추는 기능으로, 게임 등 특정 앱을 이용할 때 GOS를 강제 실행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샀다. 소액주주들은 주총에서 전자투표에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능 제한 논란은 삼성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2200’으로 불통이 튀고 있는 모양새다. 엑시노스 2200이 갤럭시 S22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낮은 수율 문제로 유럽 시장 제품에만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고 결국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해당 주주들의 반대표 행사로 이사 선임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21.14%지만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은 작년 말 기준 8.69%에 불과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체 주주 가운데 외국인도 많고 소액 주주 중에서도 삼성 경영진에 힘을 실어줄 직원들도 많다”면서도 “국민연금 등이 반대표를 던지는 것 자체가 앞으로 새로운 경영진의 경영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순 있다”고 내다봤다.
이때문에 한종희 부회장이 경영진을 대표해 GOS 논란과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원자재 수급난 등에 대한 대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경영진이 바뀌고 일어난 최근 일련의 사태들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인식할 수 있다”며 “주주들의 이의 제기가 있을 경우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에 대한 복안을 (한 부회장이)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 부회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은 이날 자사주 2만4000주(약 17억원)를 매입하기도 했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는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