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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69)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신년 인터뷰를 갖고 “2030년 이후 잠재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올 정도로 ‘성장 없는 경제’로 간다는 건 심각한 위기적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전 이사장은 2008년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최전선에서 뛰었던 인사다. 1980~1990년대 10년 넘게 세계은행에서 일했던 국제금융 1세대다.
전 이사장은 “한국은 경제위기가 오면 금반지를 모으던지, 특단의 초동 대응을 하든 해서 비교적 잘 극복하는 편”이라면서도 “하지만 위기 이전에 미리 근본적인 치유를 하는 건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첨예한 갈등 등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장은 “지금은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선제 대응을 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며 “독감이 돌 때 걸리지 않으려면 체질이 튼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이사장의 ‘전공’ 중 하나인 국민연금의 개혁 문제도 이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고령화 탓에 제도 개혁을 미루면 미래 세대로 부담이 전가될 게 뻔한데, 눈 앞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제도 개혁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금발(發) 세대 전쟁은 향후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전 이사장은 “이대로 가면 30~40년 뒤에는 미래 세대가 월급의 3분의1을 연금 보험료로 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며 “제도 개혁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그는 “특히 국민연금 개혁을 할 때는 수익률 개선도 함께 공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보험료율을 2%포인트 인상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전 이사장의 설명이다. 전 이사장은 벤치마킹 대상으로 지난해 상반기 6.6%의 수익률을 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를 꼽았다. 전 이사장은 이달말 CPPIB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김수이 대표를 초청해 포럼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