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56·사진)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거침없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16일 가진 제9회 이데일리 W페스타 사전 인터뷰에서 “누가 욕을 하든 말든 정당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 이슈에 좌우는 없다”며 이같이 소신을 밝혔다. 이 교수는 “법안을 제안하고 기획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천의 행운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최근 제1야당인 국민의힘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와 성폭력대책위 태스크포스(TF)에 합류하면서 스토킹 범죄처벌법안과 조두순 보호수용법안 등 여성 인권정책 입안을 이끈 바 있다. 여성과 피해자를 위해 견고한 남성 중심 사회에 짱돌을 던지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수정 교수는 국내 1세대 프로파일러다. 범죄심리학자로서 20여년간 현장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싸워오고 있다.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를 바꾸는데 매진하다 보니 지난해 영국 BBC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도 올랐다. 20일 서울 중구 소월로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영웅은 어디에나 있다’(Hero, Everywhere)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데일리 W페스타에 참석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마지막 세션인 ‘TOGETHER 함께, 연대하다’ 연단에 올라 여성 피해자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연대의 힘을 역설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피해자 우선주의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그동안 피해자의 인권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제소자의 인권 너머에서 피해자는 늘 증인이거나 참고인이었다”면서 “나까지 입을 다물 수 없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문제와 정책에 대한 인식 격차는 여전히 크다”며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성범죄는 공포스러운데 법은 아직 무슨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인식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남자들이 잘못했다. 정상이 아니다’라고 몰아붙일 게 아니다. 혐오주의는 대안이 아니다”며 “교육하고 담론화해야 한다. 내가 피해자에 대해 계속 얘기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BBC가 선정한 여성리더 100인에 오른 데 대해서는 “‘20년 동안 해온 일이 무심하지는 않았구나’, ‘의미 있는 일이긴 했구나’ 정도의 감흥이었다”면서도 “의무감이 있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용감한 선택을 하게 만든 게 BBC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토킹 방지법만큼은 어떻게든 꼭 해볼 작정”이라고 다짐했다.
마음 속 영웅으로는 어머니를 꼽았다. 그는 “나에겐 우리 엄마가 영웅”이라면서 “소녀가장이었던 어머니는 사회를 위해 조금이라도 쓸모 있게 살라며 나를 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 속 사회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을 향해서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결코 포기하지 마셨으면 한다. 희망을 버리면 안된다. 나도 쉬운 선택을 한 적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여기까지 온 것은 (내 일을) 놓지 않은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