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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은퇴자를 재고용하는 사례는 하나의 트렌드가 돼 가고 있다. KT는 60세 정년퇴직 후 2년간 직무와 근무지를 유지하며 기술과 비결을 전수하는 ‘시니어컨설턴트 제도’로 매년 정년퇴직자의 15%를 재고용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3년간 경력직 채용 중 12%가 중장년이다. 정년퇴직 이후 3년간 재고용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며 이중 일부는 사내 기술교육원의 전문교수로 임용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정년은 60세지만 해외현장 근로자 중 70세도 있을 정도로 본인이 희망하는 만큼 재고용을 통해 계속 근로할 수 있다. 중장년과 청년이 함께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직원 직급을 ‘프로’라는 한 직책으로 통일하고 담당 업무를 세분화했다.
중소기업들도 은퇴자 모시기에 열심이다. 한국정보기술단은 정년(60세)과 상관없이 원하는 근로자는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 보안 등 단기간에 자격을 갖추기 쉽지 않은 업무 특성상 숙련된 중장년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택시 플랫폼 업체인 진모빌리티는 약 1500명의 근로자 중 95%가 숙련된 운전 실력을 갖춘 중장년층이다.
정부도 이 같은 흐름에 발 맞춰 고령자 고용 장려금의 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이처럼 장년 일자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사내 문화는 걸림돌이다. 채용의 문이 좁아질 수 있다는 젊은 세대의 불만과 세대 갈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일하며 숙련된 기술자들이 지속해서 일하는 것은 장점이 많다”면서도 “다만 재고용으로 인해 신규채용 기회가 줄어들고, 펑균 연령의 상승으로 인해 사내 창의적인 문화가 희석된다는 측면에서 아쉽다는 목소리도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퇴자 재고용 등 흐름은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일자리 지원 정책은 계속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이용기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탄소중립ESG연구소장)는 “현재의 60대는 과거와 달리 일하는 데 문제가 없고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사회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국가 차원에서도 이들의 연륜, 지식, 경험을 살리면서 ‘교육’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내 고령자가 많아진다고 사내 문화가 경직된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젊은 직원 입장에서도 은퇴자가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